[인터뷰] 지기(知己) 성공한 KT 조용호, 겉과 속이 다른 성실함의 이유

입력 2020-02-2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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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사진제공 | KT 위즈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오는 선수의 기대치는 내어주는 선수의 수준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 ‘급’이 다른 거래는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조용호(31·KT 위즈)가 소화한 211타석은 팀에게 예상 못한 깜짝 선물이었다.

조용호는 SK 와이번스 시절이던 2018시즌 후 KT로 트레이드 됐다. 반대급부는 없었다. SK는 무상 트레이드로 조용호를 내줬다. 구단 내부에서 더는 자리가 없는 판단이 만든, 이른바 길 터주기 트레이드였다.

‘공짜 선수’라는 평가가 달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탈락해 2군 캠프로 향했던 조용호는 스스로의 기대보다도 빠른 5월에 1군을 밟았다. ‘네 번째 외야수’로 쏠쏠히 활약한 조용호는 6월말 강백호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 공백을 완벽히 지웠다. 87경기에서 타율 0.293(188타수 55안타), 출루율 0.364의 기록은 무상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라기엔 너무도 쏠쏠했다.

최근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조용호는 “나도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고 지난 시즌을 평가했다. 스스로 매긴 점수는 70점. 체력관리에 실패해 10점, 5강에 못 올라 20점을 깎았다. 사실 캠프에서 중도 탈락한 30대 선수라면 조급증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조용호는 “조급하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여름에는 1군에 올라가고, 끝까지 1군에 남는다고 각오했다. 생각보다 일찍 올라가 목표가 수정됐지만 그때부터는 완주에 성공했다”고 돌아봤다.

경험이 만든 여유였다. 조용호는 “젊은 선수들은 보여주려는 의욕 때문에 더 꼬인다. 나 역시 그랬다”며 “나보다 실력이 좋은 젊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그들 사이에서 내가 무슨 역할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를 명확하게 설정한 덕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가 정한 목표는 공을 많이 보는 것이었다. 지난해 조용호의 타석당 투구수는 4.15. 2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리그 전체 6위이자 팀내 1위였다. 명확한 목표를 그대로 달성한 것이다.

조용호의 취미는 복기다. ‘스탯티즈’를 비롯한 KBO리그 기록 사이트를 샅샅이 찾으며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게 일상이다. 스스로는 “다른 선수들이 들으면 웃을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설렁설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누구보다 지기(知己)를 위해 노력했다. 상대 투수의 데이터는 ‘역’이 존재하지만, 자신의 데이터는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2020년 목표는 비중 있는 조연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주연에 욕심을 내지만 2019년 그랬듯 ‘까메오’에도 만족할 것 같다는 기대. 다만 그 무대가 5강 탈락이 아닌 가을야구라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조용호다. 마냥 웃고 느슨해 보이는 겉과 달리 치열한 자기 평가로 속을 다진 조용호는 2020시즌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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