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의 변화를 주지 않지 않았지만 나름 실속 있는 보강으로 올 시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전통의 명가’ FC서울은 2020 시즌을 빨리 시작했다. 플레이오프(PO)부터 거치게 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비를 위함이다. 최용수 감독의 서울은 지난해 성탄절이 끝나자마자 포르투갈 알가브로 이동해 치열한 담금질을 했고, 본격적인 스타트 총성이 울리길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게 2019시즌은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 지독한 불운과 저조한 경기력으로 하마터면 K리그2로 강등당할 뻔 했다. ‘서울다움’을 찾으려 노력했고, 2% 아쉽지만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의 선두경쟁에 가세하지 못했어도 정규리그 3위로, 2017 시즌 이후 3년 만에 아시아 무대에 안착했다.
물론 온전히 만족스러운 기억이 아니다. 전반기까지 잘 버틴 서울은 후반기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졌고, 그룹A(1~6위)에 안착한 파이널 라운드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해 3위 수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이들이 전력보강의 시간, 겨울 선수이적시장을 기대했다. 특히 서울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봤다. 서울은 자금력이 부족한 팀이 아니다. 선수단 연봉 총액에서 크게 밀리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서울은 큰 폭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측면 수비수 김진야와 ‘다용도 미드필더’ 한찬희를 영입했고, 한승규를 전북에서 임대로 데려오는 정도에 그쳤다.
나름의 방향이 있었다. 서울은 일단 기존의 주력군을 잡는 데 힘을 쏟았다. 일본 J리그 진출설이 계속된 주세종을 지켰고, 오스마르와 알리바예프 등 살림꾼들을 남겼다. 여기에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의 브라질 공격수 아드리아노를 수혈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다. 오래 전 유럽으로 진출시키며 보상금을 지급하고, ‘K리그 유턴 시 무조건 서울 복귀’ 및 ‘위반 시 위약금 발생’을 조항으로 내걸었던 기성용(마요르카)·이청용(울산)을 데려오지 않아 많은 비판과 비난을 샀다.
그 결과 서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쌍용’ 없어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최 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한다. 실제로 경기 중 상황에 따라 팀 대형이 바뀌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비 안정을 우선시하지만 다양한 루트를 통한 화력 극대화로 다이내믹한 축구를 펼친다.
다행히 서울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케다FA(말레이시아)를 ACL PO 단판승부에서 격파한 데 이어 멜버른 빅토리(호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치른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을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서울과 나란히 ACL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전북(1무1패)과 울산(1무), 수원 삼성(2패)이 모두 이기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식경기 2연승’의 서울이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 ACL과 같은 국제대회는 내용보다는 결과가 우선이다. 상대 전력이 다소 뒤쳐진다고 방심할 수 없고,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결실이 없다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
최 감독은 “아직 갈길이 멀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우린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출중한 실력을 갖춘 영입생들의 합류로 내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부분이 무척 고무적이다. 누가 출전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베스트 라인업과 서브 자원들의 실력 차가 적을수록 팀 전력은 강해진다.
단순한 명예회복이 아닌, 좀더 높은 곳에 시선을 둔 서울의 몸부림은 긴 레이스가 끝난 뒤 어떻게 마무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