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베이스볼] 덜어내니 비로소 채워지는 것들, 진화는 우연히 오지 않는다

입력 2020-06-09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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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강진성, 롯데 이대호와 김원중(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일반적으로 ‘성장’이라고 하면 ‘더하기(+)’를 떠올린다. 신장을 키우기 위해 우유를 먹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린다. 지식을 채우려면 책을 읽고, 야구 기술을 채우려면 그라운드에서 훈련시간을 늘리는 게 대부분의 방식이다. 하지만 무작정 더하는 게 성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때로는 ‘빼기(-)’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올 시즌 ‘1일 1깡’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강진성(27·NC 다이노스)은 야구팬들에 낯선 이름이었다. 2012년 NC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117경기 출장에 그쳤고, 통산 타율 0.253(194타수 49안타), 3홈런, 20타점만 기록했다. 자신의 타격이론에 대한 고집도 강했다. 고교시절부터 레그킥을 바탕으로 한 장타력으로 프로에 입단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이동욱 감독과 이호준 타격코치가 조심스레 변화를 제안했다. 변화구 공략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레그킥을 내려놓고 노 스텝으로 타석에 임한다. 하체가 안정되니 떨어지는 변화구 공략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8일까지 7홈런, 27타점으로 자신의 통산 기록을 올해 모두 넘어섰다. 이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라며 강진성을 극찬한다. 사소해 보이는 덜어내기가 한 선수의 야구인생을 바꿨다.

덜어내기는 무명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대호(38·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몸무게를 15㎏이나 뺐다.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선 훈련장과 숙소까지 1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서 오갔다. 지난 2년간 1153타석 중 842타석(73.0%)을 지명타자로 소화한 그는 올해 123타석 중 53타석(43.0%)만 지명타자로 나섰다. 1루수 미트를 끼는 시간이 늘었다. 이대호의 변화로 롯데는 지명타자 자리를 다른 야수들의 휴식처로 삼고 있다. 쌓아온 커리어의 바탕이 된 고집을 버리는 것은 오히려 무명선수의 변화보다 더 큰 덜어내기다.

김원중(27·롯데)은 체력안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났다. 2012년부터 팀의 미래 선발자원으로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성장은 더뎠다. 허문회 감독과 성민규 단장은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이 있기 때문에 1이닝만 전력투구하는 마무리투수로 변신할 것을 주문했다. 곱상한 외모의 그였지만 4㎏ 정도 체중이 늘어 몸집도 제법 커졌다. ‘만년 유망주’ 배정대(25·KT 위즈)는 테이크백 동작을 최소화해 이미 100타석 넘게 소화했다. 동작이 간결해졌는데 타구속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타구속도가 15㎞ 이상 오르자 평범하게 잡힐 타구가 안타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프로선수에게 변화는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시도다. 때로는 더하기보다 빼기가 더 큰 플러스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화는 더하기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사직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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