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기성용·이청용 효과? 유니폼 판매로 본 K리그 상품시장

입력 2020-07-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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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울산은 유럽무대에서 활약한 스타들을 영입해 뚜렷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을 품은 뒤 유니폼 판매가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유니폼을 비롯한 K리그의 축구용품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스포츠동아DB·사진제공|FC서울

유럽축구의 매 시즌이 끝날 무렵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소식이 있다. 특정 클럽의 차기 시즌 유니폼이 유출됐다는 뉴스다. 스타 영입, 사령탑 변화 등에 있어 보안을 잘 지키기로 정평이 난 팀들도 유니폼 유출에는 속수무책이다. 내막은 모른다. 다만 팬들은 유니폼을 제작하는 브랜드가 새 모델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유출’로 가장한 채 공개했다고 짐작할 뿐이다.

축구에 살고 죽는 유럽에서 유니폼은 생필품과 다름없다. 누구나 즐겨 입다보니 판매량도 엄청나다. 비시즌 중에도 각 구단의 메가 스토어만큼은 닫히지 않는다.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타이틀을 획득한 리버풀의 경우, 연평균 유니폼 판매량이 120만장 가깝다. 한 벌에 70파운드(약 11만 원) 정도로 잡아도 어마어마한 수익이 발생한다.

그밖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이상 잉글랜드)가 각각 280만장과 160만장,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가 각각 220만장과 200만장(이상 추정) 이상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굴지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빅클럽들과 손을 잡기 위해 수천억 원 넘게 투자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K리그는 어떨까. 최근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오랜 유럽생활을 마친 전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31)이 FC서울에 복귀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특급 스타의 컴백에 상품 시장도 잠시 요동쳤다.

입단 발표 하루 만에 기성용의 유니폼 판매가 월 평균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 선주문이 밀리고 특정 사이즈는 수량이 부족해 팔지 못한 현상이 있었다. 또 오프라인 매장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계속됐고, 서울의 시즌 성적은 기대이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몹시 반가운 일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기성용과 ‘쌍용’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은 이청용(32)을 품은 울산 현대도 ‘스타 영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청용의 이름과 등번호를 마킹한 유니폼이 입단 첫 날 300여 장 팔리는 등 판매 수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K리그는 유럽의 환경과 비교할 수 없다. 지난 시즌 경기당 1만 관중을 돌파한 A구단은 레플리카(자체 제작 모조 유니폼)를 포함해도 연 3000장 이상 판매하지 못했다. 정품 유니폼 가격을 최대한 높여 15만 원까지 잡아도 선수 한 명의 연봉을 채워줄 수 없는 실정이다.

B구단 단장은 “유니폼을 팔아 재정에 보탠다는 이야기는 아직 맞지 않다. 유니폼 이외의 용품도 판매보다 제작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구단이 팬들의 눈높이와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상품 구매를 위해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 분위기도 아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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