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선진 시스템 바라는 K리그, 제도 개선도 확실히

입력 2020-12-1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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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15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선수 규정’ 일부가 개정됐다. 12월 31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FA(자유계약선수)는 6개월 전(해당 년 7월 1일)부터 소속팀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 교섭을 할 수 있게 했다. 반가운 일이다. 국제 기준에 한 걸음 더 다가섰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등은 선수의 권리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계기가 있다. 1990년 벨기에 클럽 리에주에서 프랑스 클럽 덩케르크로 이적하려다가 발목이 잡혔던 장-마르크 보스만의 사례다.

당시 유럽사법재판소는 유럽연합 노동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로마조약 제39조에 근거해 ‘계약이 끝난 선수는 구단 동의나 이적료 액수에 상관없이 자유로이 팀을 옮길 수 있다’며 보스만의 승소를 판결했다. 이와 함께 ‘계약기간이 6개월 이하로 남으면 타 구단과 교섭하고, 사전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규정도 제정됐다.

한국축구는 그렇지 않았다. FA 대상자는 어디와도 사전 계약을 할 수 없었고, 접촉도 불허됐다. 협상은 해당 연도까지는 오직 소속팀과만 할 수 있었다. 일단 이번에 개정될 룰도 사전 계약은 허용치 않고 협상만 인정한다.

그나마도 커다란 진전이다. ‘보스만 룰’을 따르지 않은 것은 구단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K리그는 자금이 넉넉한 팀들이 이적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일찌감치 쇼핑에 나서 계약 만료를 앞둔 우수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사태를 우려했다.

하지만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식적’ 표현일 뿐이다. FA 예정자들은 소속팀과 재계약 협상을 하면서도 뒤로는 다른 행선지를 알아봤다. ‘사전 접촉’은 엄연한 제재 대상인데, 여기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지금 이 순간도 절대 다수의 FA 예정 선수들과 구단들이 물밑 교감을 나누며 미래를 준비한다. 공식 발표만 내년 1월 1일 이후로 미뤘을 뿐, 이미 완료된 계약도 적지 않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실 이사회에선 ‘사전 계약 허용’ 논의도 있었다. 다만 합의는 없었다. 사전 계약이 끝난 선수를 출전시키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K리그는 선진축구를 지향한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모델로 삼은 일본 J리그와 스포츠마케팅이 활성화된 미국 MLS, 유럽 빅리그를 벤치마킹하며 리그의 질을 높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디테일에는 2% 아쉬움이 남는다.

운영은 선진화를 외치면서 제도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멀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로컬 룰이 국제 규정보다 우선일 순 없다. 문제를 인지했고, 어차피 바꿔야 한다면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조속한 결단과 추진이 필요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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