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V4, 그리고 스포테인먼트…SK 21년 희로애락史

입력 2021-01-25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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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의 21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KBO리그의 한 획을 그은 왕조 팀의 발자취는 추억으로 남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25일 “신세계 이마트와 SK가 야구단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SK 구단 내부에선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 발 뺐지만, 지분 100%를 보유한 SK텔레콤 측은 “프로야구를 비롯한 한국스포츠 발전방향에 대해 신세계그룹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6일 공식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SK는 2000년 1월 해체한 쌍방울 레이더스를 대신해 KBO리그에 뛰어들었다. 매각 및 인수절차 대신 해체된 쌍방울 선수단을 이어받는 재창단 방식으로 8개 구단 체제 유지에 기여했다. 쌍방울의 연고지였던 전북 전주 대신 현대 유니콘스가 떠난 인천을 연고지로 삼으며 ‘인천야구의 맹주’를 자처했다.

창단 직후부터 공격적 행보를 펼치며 약체, 그리고 연고 이전의 아픔으로 가득한 인천 팬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성공했다. 1군 진입 4년차였던 2003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으며 일찌감치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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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부터는 ‘왕조’를 구축했다. 김 감독은 ‘벌떼 야구’를 표방하며 부임 첫해인 2007년부터 2년 연속 KS를 제패했다. 2009년 KIA 타이거즈에 밀려 우승을 놓쳤지만 2010년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역사를 썼다. SK는 김 감독이 퇴진한 뒤에도 2012년까지 꾸준히 KS 무대를 밟았다. 6년 연속 KS 진출은 두산 베어스(2015년~진행 중)와 더불어 역대 최장기록이다.

2013년부터 확실한 콘셉트 없이 표류했지만 2017년 트레이 힐만 감독-염경엽 단장의 부임으로 팀 전체에 쇄신 기운이 일었다. 힐만 감독은 2년 계약 마지막해인 2018년 SK에 ‘V4’를 안기고 팀을 떠났다. 2019년부터 단장에서 현장 사령탑으로 자리를 바꾼 염경엽 감독 체제에선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원형 감독을 선임한 2021년 반등을 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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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성적뿐 아니라 프로스포츠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사활을 걸었다. 왕조가 시작된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는 가치를 표방했다. 모기업에서부터 프런트는 야구가 아닌 팬을 봐야 한다며 팬 친화적 마인드를 강조했다. 지난해 창단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9위에 머물렀지만 수년 전부터 다져온 SK 프런트의 선진적이고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대한 호평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타 구단이 아닌 SK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젊은 구단 이미지가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1년의 역사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SK는 리그에서 가장 팬 친화적이고 혁신적인 구단이라는 이미지만큼은 확실히 남겼다. ‘V4’가 상징하듯 강팀의 위상도 확실했다. SK를 인수하는 신세계가 추구하는 지점은 SK가 걸어왔던 길과 묘하게 닮아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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