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롯데 개혁 상징하는 2군…‘그래서 상동이 어떻게 달라졌는데?’

입력 2021-04-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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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KBO리그는 혁신의 경연장이다. 데이터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전 구단이 각종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다. 현장을 총괄하는 허문회 감독은 물론 프런트 수뇌부인 이석환 대표이사까지 구단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진화는 1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로만 퓨처스(2군) 팀이 있는 김해 상동구장에 10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 기간 숱하게 나온 질문, ‘상동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밸런스 깨졌다”의 시대는 갔다!
“결과 나왔어요?” 롯데 2군 야수들은 타격훈련을 마친 뒤 곧장 노트북 앞으로 향한다. 화면에는 골반(pelvis), 몸통(torso) 등 신체부위와 복잡한 숫자가 영어로 적혀있다. 타격코치와 R&D(research and development)팀 관계자는 그 의미를 선수에게 설명한다.



지난해부터 롯데가 도입한 ‘케이베스트’ 장비를 통해 나오는 데이터다. 타격훈련 때 조끼를 입으면 선수의 동작 하나하나가 수치화된다. 타격 이론상 골반~상체(몸통)~팔~손의 순서로 움직여야 정확한 스윙이 가능한데,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몸이나 팔이 먼저 나오기 십상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타격코치들은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추상적인 말로 증상을 설명했는데, 이제는 숫자를 통해 어느 부위를, 어떻게 교정할지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 배트에는 블라스트 모션을 부착한다. 배트가 퍼져서 나오는지 등까지도 수치화된다.



롯데가 기대하는 외야수 나원탁은 “지난해 가을부터 케이베스트를 착용하고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회전이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골반이 유독 느리게 나왔다. 몸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는데 데이터를 통해 교정 방향을 잡았다. 네 단계를 제대로 거치면 확실히 타구속도가 빨라진다”고 밝혔다.

이른바 ‘비야구인’인 R&D팀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에게도 이런 숫자를 전달한다.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비롯해 김주현 타격코치, 김동한 코치도 케이베스트 관련 이론을 탐독하고 연구하고 있다. 코치도 육성하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드라이브라인 상동지부, 구속이 오른다!
투수들도 첨단장비 삼매경이다. 1군 투수들은 사직구장에 설치된 피칭랩을 통해 부상 방지와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운동능력을 측정한다. 투수가 맨몸에 약 서른 개의 센서를 부착한 뒤 공을 던지면, 투구 시 신체부위 사이의 거리나 관절의 각도 등이 숫자로 표현된다. 지난해 약 2억 원을 들여 피칭랩을 개설했는데, 10개 구단 중 최초다. 메이저리그(ML)에서도 롯데 수준의 피칭랩을 갖춘 팀은 절반에 불과하다.

2군 투수들도 숫자 삼매경이다. 롯데 2군은 드라이브라인 상동지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미국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 아카데미는 투구 메커니즘을 생체 역학 데이터로 분석해 최적의 폼을 찾아주는 시설로 클레이튼 커쇼, 트레버 바우어(이상 LA 다저스) 등 ML 정상급 투수들이 이용하며 알려졌다. 롯데는 지난해 스프링캠프 기간 이승헌, 윤성빈 등 유망주를 드라이브라인으로 파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동에 드라이브라인 시설을 확립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이승헌은 “미국에서 봤던 시설과 큰 차이가 없다”며 변화를 반겼다.

롯데 2군은 자체적으로 드라이브라인 아카데미를 편성했다. 여기에 포함된 유망주들은 완전히 다른 스케줄을 소화한다. 구속 상승이 최우선 목표다. 불펜피칭, 라이브피칭, 실전등판 대신 웨이티드볼이나 메디신볼 훈련 위주의 스케줄이다. 2월에는 제구가 좋지만 구속이 아쉬운 나균안, 박종무 등이 해당 과정을 수료했다. 나균안은 “계획대로 잘 진행됐다”며 만족했다.



‘모튜스 슬리브’라는 장비까지 도입했다. 일종의 팔 토시 형태인데, 그 안에 칩이 내장돼있다. 이를 착용한 채 던지면 팔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체크할 수 있다. 이를 전산화해 부상 방지에 큰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김해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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