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기획부터 팬들이! LG가 코로나19 시국에서 길을 찾는 법

입력 2021-04-3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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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최근 젊은 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잔망루피(왼쪽에서 세 번째)를 캐릭터로 영입(?)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할퀴며 익숙한 것들과 작별한지도 1년이 넘었다. 만원 관중이 가득 들어찬 야구장에서 요란한 함성소리가 들리는 장면은 과거 영상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90% 이상의 적자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자연히 구단의 수익 창출 방식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인기구단 LG 트윈스도 변화 앞에 서있다.

신비주의? 기획부터 팬들과 함께

LG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연속 100만 관중을 유치했다. KBO리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 속에서도 2019년 100만 관중을 넘긴 팀은 LG가 유일했다. 역대 14번째 100만 관중. 이 역시 한국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였다. 1000만 도시 서울의 든든한 팬덤이 있으니 구단 입장에선 고객의 유치보다 성적이 더 큰 고민이었다. 성적만 내면 팬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2020년부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지난해 LG의 홈 72경기 중 관중 입장이 가능했던 건 9경기. 총 관중은 4만1317명이었다.

새로운 활로가 필요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팬들과 소통의 기조에 채찍을 가한 이유다. 고동현 LG 마케팅팀장은 “그룹 차원에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을 느낄 지점)를 미리 찾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구단도 그 지점에서 변화를 꾀했다. 이벤트를 진행한 뒤 팬들의 반응을 체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 즉 팬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석 단장부터 팔을 걷어붙였다. 차 단장은 지난해부터 ‘엘튜브(LG 유튜브)는 소통을 하고 싶어서’라는 제목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월 1회씩 진행한다. 방송일을 미리 팬들에게 고지하는데, 팀이 연패에 빠졌더라도 스케줄을 바꾸지 않는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도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오픈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팬들이 원하는 지점을 듣는다. 지난해까지 LG 원정 유니폼인 ‘검니폼’엔 선수의 이름이 빠지고 등번호만 적혀있었는데, 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부턴 이름을 새겼다.

최고 인기캐릭터 카카오프렌즈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어진 LG 상품. 사진제공|LG 트윈스


팬들과 호흡, 소통보다는 교감

뜨거운 팬덤을 보유한 LG는 야구 외적인 업체들에게도 좋은 파트너로 꼽혀왔다. LG는 지난해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유니폼, 인형 등 각종 상품을 제작했다. 타 구단에서도 여러 차례 노크했던 카카오프렌즈가 LG를 택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올해에도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잔망루피’ 캐릭터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을 수 없었다. 최근 LG 마케팅팀의 화두는 온라인, 그리고 패밀리다. 고 팀장은 “어린 아이가 한번 팬이 되면 평생의 고객이 된다. 때문에 어린 연령층에서 관심을 끌만한 짧은 호흡의 이벤트 등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은 자생을 위한 수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입장은 정원의 10% 수준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LG의 스토리를 현장을 찾은 10%의 관중에게만 전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 팀장은 “더 많은 팬덤을 위해 온라인에서도 활로를 찾고 있다.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편했으며, 디지털 라커룸 및 팬북을 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에 고객이 있다면, 야구단엔 팬이 있다. 고 팀장은 팬들과 호흡하는 걸 ‘소통’보다는 ‘교감’으로 정의했다. 팬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하면서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선수들도 스스로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이러한 교감이 점차 수월해지는 분위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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