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 몽골더비, 열흘간 극한 경주

입력 2021-05-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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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km를 내달리는 ‘몽골더비’.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지닌 경마 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세계의 이색 경주를 아시나요?

절반 이상이 완주 포기…악명 높아
日 반에이 경마 1톤 썰매 끌고 경주
유럽·북미·호주 등 마차 경주 인기
한국은 작은 체구 과하마 제주경주
종주국 영국에 수출…경쟁력 증명
사람과 말이 하나가 되어 달리는 경마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스포츠다. 달리는 트랙의 종류만 다를 뿐 대부분의 경주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의외로 나라별로 독특한 방식이나 테마로 진행하는 이색 경마들이 많다.

1000km 몽골더비 vs 200m 日 반에이
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남다른 몽골에는 최장거리 경주가 있다. 기마전술로 세계를 정복했던 징기스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매년 열리는 ‘몽골더비’다. 무려 1000km를 달리는데,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약 25마리의 말과 함께 열흘간 경주를 한다. 단순히 경주거리만 긴 것이 아니라 코스도 난이도가 엄청나다. 시작 직전 공개되는 험준한 야생코스와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은 경주마 등 익스트림한 요소들 때문에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이 도중에 완주를 포기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7월에 열리는 ‘나담축제’도 이곳의 경마문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로 음악과 함께 레슬링, 양궁, 경마 경기를 즐긴다. 나담축제에서 경마는 마령에 따라 여섯 종목으로 나누어 실시하는데, 역시 15∼30km를 달리는 초장거리 경주다.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유리해 주로 6∼8세의 어린이가 기수로 출전한다. 시상식에서는 대통령이 1위에서 5위까지의 조련사, 기수, 경주마에게 시상한다. 우승마는 ‘만 마리 말 중 으뜸’이라는 의미의 ‘투멩 에흐’라는 호칭이 부여되며 몸값 또한 백배 이상 상승한다.

이와는 반대로 불과 200m 거리를 사람보다 느리게 달리는 경마도 있다. 일본 홋카이도 ‘반에이’ 경마는 일반적인 경주마 무게의 두 배에 달하는 거구의 말들이 약 1톤의 철제 썰매를 끌며 두 개의 고개를 넘는 경주다.

1900년대 초 농경마의 힘과 가치를 시험하던 것에서 유래했는데, 통상 코끝을 기준으로 도착을 결정하는 다른 경마와 달리 반에이 경마는 마차의 끝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이 도착시간이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마차경주 ‘프리다메리크(PRIX D´AM´ERIQUE)’.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마차경주, 프랑스 등 서구권서 활발

일본 반에이 경마처럼 기수가 말을 타지 않는 경마가 또 있다. 바로 마차경주다. 의외로 마차경주는 더러브렛 경마 다음으로 많이 보급돼 경마에서는 꽤 대중화된 레이스다. 1920년부터 프리다메리크(PRIX D’AM´ERIQUE) 대상경주를 열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전역과 북미, 호주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마차경주가 열리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창과 방패를 들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바퀴를 굴리며 질주하는 모습은 색다른 긴장감을 전해준다.

일반 경마보다 안전하다는 것도 마차경주의 특징이다. 스탠다드브렛, 프렌치 트로터 등 마차경주용 경주마 품종은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아 마차를 끌기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주행 시 일반경마보다 느린 보법인 속보로 달리기 때문에 부상과 사고율이 낮다.

작은 체구가 특징인 제주마로 실행하는 유일한 경주인 ’제주경마’.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우리나라에도 이색경마가 존재한다. 바로 제주경마다. 제주경마공원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47호인 제주마의 혈통보전을 위해 제주마 경마를 시행한다. ‘과하마(果下馬)’로 불리는 체구가 작은 제주마의 달리는 모습은 일반적인 더러브렛 경주마에 비하면 종종걸음으로 보일만큼 앙증맞다. 제주마는 성질이 온순해 물거나 차는 일이 적고, 내병성과 지구력이 특히 강하다. 발굽도 단단해 장제를 하지 않아도 굽이 갈라지는 일이 없다.

제주마 경주는 이색경주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아 한국마사회는 1월 경마 종주국 영국과 경주실황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이미 세계 전역으로 수출 중인 한국 더러브렛 경마에 이어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이색경주도 머지않아 해외에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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