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코로나 시대’ K리그의 원정 식사 풍경을 바꾸다

입력 2021-08-1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숨이 턱턱 막히는 끔찍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K리그 구단들은 최상의 영양관리로 선수들의 체력보충을 돕는다. 홈경기를 마치면 클럽하우스 식당을 이용한다. 원정경기 후에는 경기장 인근의 음식점을 찾아 선수단 버스를 잠시 세워둔 채 식사를 한다. 즐겨 찾는 장소는 속을 데워주는 갈비탕, 곰탕 등을 판매하는 고깃집이다.

K리그 감독들은 음식(식단)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리그와 FA컵을 제패한 경험이 있는 한 명성 높은 지도자의 경우, 유별날 정도로 영향조화가 완벽히 이뤄진 식단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구단 직원과 마찰을 빚을 정도로 예민했다. 실제로 이 팀은 특정지역으로 원정경기를 떠나면 선수단 수준이나 모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낮은 등급의 호텔(리조트)에 머물렀는데, 이유는 단 하나였다. 숙소 식당의 식단이 유독 알찼기 때문이다.

반면 선수들의 입장에선 경기 직후 식사는 곤욕이다. 경기에 출전하면 엄청난 체력소모로 인해 몸무게가 2~3㎏씩 줄어들지만, 통 입맛이 돌지 않는다. 칼로리 높은 에너지바나 샌드위치 한 조각, 바나나 정도면 충분한데 코칭스태프는 “최대한 골고루 챙겨 먹자”고 권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원정경기 직후 잠시 들른 식당 테이블에 뜨는 둥 마는 둥 절반 이상 음식이 남겨진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이마저 지금은 추억이 된 듯하다. 지난해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K리그 구단들의 식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감영예방을 위한 방역수칙에 따라 국내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단체식사가 불가능하다. 인원수를 제한해 여러 테이블로 분산해 착석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원정경기 엔트리에 든 선수 18명과 코치진, 지원스태프까지 3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손님은 이제 어느 곳에서도 반기지 않는다. 그러자 일부 팀은 아예 원정 시 머문 숙소로 되돌아가 식사를 마친 뒤 연고지로 이동하거나, 하루 더 체류하고 곧장 다음 경기가 열릴 지역으로 움직인다.

다행히 원정 숙소에선 편안한 식사가 가능하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규정에도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수단 전체가 분리된 공간에서나마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테이블 인원수 제한은 있어도 주변의 눈치를 살필 필요는 없다.

원정경기 후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곧장 클럽하우스가 있는 연고지로 돌아가야 할 경우에는 또 다르다. 이 때는 특식(?)을 제공하는 팀들이 늘었다. 가벼운 도시락과 김밥, 피자 등의 간편식이 인기다. 경기 종료 시간에 맞춰 경기장 주변에 주차된 원정팀 버스 앞에 피자박스를 가득 실은 배달 오토바이가 대기하는 모습이 흔해졌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핫바, 우유 등 간식으로 대충 허기만 달래는 팀도 종종 있다. 일상의 참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는 코로나19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