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낯선 불명예, 팀 역대 1G 최다타이 실책…이길 도리 없던 두산

입력 2021-09-30 2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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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5회말 1사 1, 2루 LG 2루주자 이영빈과 두산 포수 최용제의 충돌 과정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뒤집히자 김태형 감독이 강력한 항의로 퇴장 당하고 있다. 잠실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상대 팀을 질식시키는 듯한 수비는 두산 베어스의 상징과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수비효율(DER)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 팀명을 OB에서 두산으로 바꾼 이래 한 경기 최다실책 팀 역사상 최다실책을 기록하며 자멸했다.

두산은 3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12로 패해 상대의 4연승을 지켜봤다. 9월 중순부터 압도적 상승세를 일궈온 두산은 순위표 바로 위 LG와 맞대결 패배가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3위 LG와 4위 두산은 이날 경기로 5경기차까지 벌어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전 “상황이 되면 필승조를 다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투수 워커 로켓이 등판하는 만큼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로켓의 상태가 썩 괜찮아보이진 않는데, 몸 상태 체크해서 투구수를 어느 정도 갈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로켓의 컨디션은 이날 한창 때와 거리가 멀었고 3.1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했다.

외국인투수 조기교체 승부수를 던진 만큼 필승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야수진에서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KBO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두산’ 시절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경기 최다 타이인 5실책을 범한 것이다. 종전 기록은 2006년 6월 2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과 2020년 5월 1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의 5개. OB 시절을 포함해도 6개가 최다이니 구단 역대급으로 안 풀린 하루였다.

공교롭게도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두산이 4-3으로 앞선 4회말이었다. 1사 1루 유강남 타석에서 주자 이영빈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 박세혁의 송구가 빠지며 이영빈은 3루까지. 첫 실책이었고, 이영빈은 후속 문보경 타석에서 홈을 밟았다. 문보경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실책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좌익수 김재환의 수비가 아쉬웠다.

LG가 6-4로 앞선 5회말에도 두산의 실책은 이어졌다. 무사 1루에서 오지환 타구를 2루수 박계범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뒤이어 이 타구를 잡은 박건우도 송구 실책을 범했다. 한 플레이에 실책 2개. 이 이닝에서 LG는 3점 더 뽑아 승기를 굳혔다.

6회말 분위기도 비슷했다 무사 1루에서 채은성 타구가 유격수 김재호를 스쳤는데 실책이 주어졌다. 이어진 무사 1·3루서 구본혁이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때렸는데, 박건우의 송구를 포수 최용제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연속 실책. 이날 두산의 5번째 불명예였다.

두산은 지난해(0.667)에 이어 올해(0.677)도 DER 9위다. 두산이 ‘미러클’이라는 별명을 얻는 데 여러 무기가 있었지만, 탄탄한 야수진은 그 뿌리였다. 기본이 흔들리면 더 이상의 기적은 쉽지 않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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