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뭐라고’, 영화 제작현장 스태프의 고민과 성장기

입력 2021-11-23 13:1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 | 퇴근후작당모의

“내 자아와 일을 분리해 조금 덜 힘들어했다면 훨씬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워요.”(촬영 4년차 전시형)

“만약 사람이 남지 않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제일 상처받는 이유라고 생각했어요.”(조명 12년차 홍초롱)

누군가는 현장을 떠났다. 또 누군가는 희미하지만, 그래서 더욱 뚜렷한 희망과 일을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영화 만드는 일의 즐거움, 하지만 그로부터 얻을 수도 있는 생채기의 두려움 때문일 터이다.

다만 모든 건 제작현장에서 일어나고 또 현장에서 마무리되며, 과정에서 겪는 숱한 이들과 부대낌이야말로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터이다.

최근 나온 ‘영화가 뭐라고’는 바로 이들, 영화 제작현장 스태프의 생생한 경험과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한국영화의 현장 스태프 32명과 인터뷰해 이들의 일과 고민을 담아냈다.

연출 1년차 양소영씨부터 현장 스틸 15년차 정재구씨까지 영화 스태프의 성장사가 여기 있다.

한 편의 영화는 감독 또는 주연급 배우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기획에서부터 개봉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내세워야 관객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서 ‘믿는다’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현장의 사람들로부터 생겨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론의 한 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그 현장에 감독과 주연급 배우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획과 제작, 연출, 각본, 연기 등은 물론 투자, 조명, 미술, 그립, 음악, 소품. 촬영, 현장녹음, 무술, 편집, 특수효과, CG, 사운드, 배우 매니지먼트, 케이터링 등 매우 세부적인 역할을 나눠 맡는 스태프도 있다.

배급, 홍보 및 마케팅 해외세일즈, 광고디자인과 예고편 작업자들도 개봉을 앞두고서는 영화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현장으로 나선다.

이들이 영화 제작현장에서 겪고 또 겪어내야 하는 숱한 일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영화가 뭐라고’는 이제 더 많은 관객이 기억해야 할 현장 스태프의 땀이기도 하며, 그들에게 전하는 한 가닥 작은 위로이기도 하다.

각각 투자와 마케터·프로듀서·영화제 스태프 등 한국영화 스태프로 일한, 출판사 퇴근후작당모의의 안소희·주화 공동대표가 인터뷰에 나서 직접 ‘영화가 뭐라고’를 쓰고 펴냈다는 점은 현장 스태프가 흘리는 땀을 짜지만, 달게 받아들이게도 한다.

땀을 흘리며 관객으로부터 위로받는 사이 “95퍼센트로 변했어요”라며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쪽으로”(CG 5년차 은재현) 향하는 스태프의 발걸음도 믿음직스럽다.

책은 이와 함께 이들이 참여해 완성한 ‘기생충’ ‘극한직업’ ‘부산행’ ‘베테랑’ ‘아가씨’ 등 관객에게 낯익은 영화 제작에 얽힌 후일담의 재미로도 읽힌다.

그만큼 영화 제작현장 스태프는 여전히 현장에서 좌충우돌하고, 고민하며, 성장해간다.

‘한국영화 스태프 32명과의 대화’ 앞에 ‘언젠가 한 획을 그을’이라는 전제를 내세운 책의 부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