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초점 NO” 김혜수→김무열 ‘소년심판’이 던지는 메시지 [종합]

입력 2022-02-22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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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초점 NO” 김혜수→김무열 ‘소년심판’이 던지는 메시지 [종합]

“범죄물? 법정물? 가족극 입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의 새로운 작품 ‘소년심판’이 등장했다. 이미 넷플릭스에서는 잔혹성으로 호불호가 갈린 ‘인간수업’이 공개됐던 바. 하지만 ‘소년심판’ 제작진은 입을 모아 “범죄나 폭력성에 집중되는 것을 지양했다”고 밝히며 수차례 기획 의도를 강조했다.

22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넷플릭스 ‘소년심판’ 제작발표회. 이날 행사에는 주연 배우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과 더불어 홍종찬 감독과 김민석 작가가 참석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디어 마이 프렌즈’ ‘라이프’ ‘그녀의 사생!활’ 홍종찬 감독과 신예 김민석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날 홍 감독은 “범죄나 폭력성에 집중되는 것을 지양하고자 했다. 표현 방식이 기획보다 세게 가는지 고민될 때 작가님과 소통하면서, 기획 의도를 생각하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면서 “범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깊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아주 근본적인 곳까지 관여되기 때문에 이 점이 다른 작품과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 드라마가 범죄물로도, 법정물로도 불릴 수 있겠지만 나는 가족극으로 접근했다. 소년 사건이 터지면 얼마나 많은 파장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고통받는지에 집중했다. 각 가정 속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드라마와 차별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법원의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을 방문하고 소년원과 소년분류심사원, 6호 처분 위탁 기관, 청소년 회복센터 등을 찾아가는 등 5-60명에 육박하는 관계자를 취재한 김민석 작가. 그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부분은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해준 것이다. 취재를 나가면 혹시 왜곡될까봐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 좀 써 달라’는 말씀을 해주시더라. 잘 쓰기 위해 더욱 객관적으로, 다양한 시선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김 작가는 “소년형사합의부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가상의 부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가정법원과 각 지방법원에 소년부서가 있고 단독 재판으로 판사 한 분이 재판장이 되어서 아이들의 처분을 결정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이 과정을 그대로 가져가기에는 인물들의 관계가 모여지지가 않더라”면서 “자문을 맡아준 판사님들의 조언을 받아서 고민해 소년형사합의부를 만들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적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실제로 현장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이야기를 쓸 때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 내가 피해자 입장에 몰입하진 않았나, 가해자의 편에서 변론하진 않았나 경계하면서 글을 썼다”면서 소년범의 경우 일반적인 형사나 민사처럼 재판이 끝나면 다 끝나는 형식이 아니라 처분 이후에도 범죄를 또 저지르는지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 지켜보는데 그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드라마에 꼭 살려서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주인공으로는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이 각기 다른 신념을 지닌 소년부 판사들을 연기했다. 김혜수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을, 김무열은 다른 온도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차태주를 맡았다. 이성민은 더 큰 목표를 위해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강원중을, 이정은은 소년사건을 속도전으로 생각하는 나근희를 소화했다.

김혜수는 “예민하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이런 방식으로 힘 있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재밌었다. 이야기의 힘이 상당했다”며 “시리즈의 재미를 넘어서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적 재미나 완성도는 물론이고 영상 매체가 할 수 있는 순기능을 내포한 작품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작업했다. ‘소년심판’이 의도한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청소년 범죄나 소년범에 대해 유의미한 고민을 함께 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도 ‘소년심판’이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하며 배우로서의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성민은 “예전에 소년범을 다룬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피해자의 입장이자 형사의 입장으로 소년범 문제를 고민하는 작품이었다.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소년심판’에서는 범죄의 유무를 결정할 수 있고, 판단해야 하는 판사의 역할이라 신선했다.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소년범 문제에 대해 다가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고백했다.

배우들은 판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소년 범죄 재판에 참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혜수는 “판사님들의 유형을 유심히 관찰했다. 소년범과 그들의 보호자를 세세하게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실제 사례를 접하고 대본을 연구하면서 김민석 작가님이 얼마나 취재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고 실질적인 기반을 토대로 써내려간 글인지 느껴졌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완성했는지 새삼 감탄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김무열은 “굉장히 무거웠던 법정의 공기가 기억에 남는다. 판사님이 첫 말을 떼기 전까지의 침묵과 고요가 무겁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입구로 들어오지만 판결 후 보호시설로 가게 되면 다른 문으로 나가야 한다. 그 문이 한 아이의 미래의 갈림길로 보여서 큰 의미로 다가왔다”면서 “판사님이 내리시는 처분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무게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그 공기의 무거움, 신중함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소년심판’ 속 소년범들의 얼굴은 낯설고 신선하다. 이연, 황현정, 심달기, 김보영, 김준호, 송덕호 등이 소년범을 열연했다. 김혜수는 “연기 경험이 전무하거나 거의 없는 배우들이었는데 각 역할을 잘 해줬다. 첫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논문까지 찾아보는 열정을 발휘하는 배우도 있었다. 그 태도에 놀랐다. 새로운 얼굴들의 살아있는 숨소리, 목소리,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점이 있었다”면서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의 배우들이라 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이 실제 인물처럼 와닿을 것이다. 나 또한 매 법정에서 만나게 될 소년범과 피해자가 매번 달라서 기대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김혜수는 ‘소년심판’을 계기로 감정적이기보다는 균형 잡힌 시선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평소 청소년 범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역에서 실제로 일하시는 판사님들의 진짜 생각을 듣고 실제 소년범의 사례를 접하면서 그동안 내가 가진 관심들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그 방향이 얼마나 편협했는지에 대해서도 크게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김혜수는 “이전의 내 생각은 분노와 안타까움, 감정적인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소년심판’을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을 들어다 본 것 같다. 소년범을 바라보는 우리의 균형 잡힌 시선은 어떻게 되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판사들의 각기 다른 시선을 담은 ‘소년심판’은 25일 공개 예정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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