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 시대,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

입력 2022-03-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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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경제 비상등

美,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
원자재 가격·원달러 환율 상승세
국내 물가, 4%대로 오를 가능성 높아
적자 벗어난 무역수지도 하락 전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유가와 원달러환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국내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대로라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저성장 기조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원달러환율 고공 행진

먼저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배럴당 9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7일 기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9일(한국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 금지 조치를 공식 발표한 만큼, 가격이 배럴당 최고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외 타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103.92% 폭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도 같은 기간 20.03% 치솟으면서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여기에 원달러환율이 뛰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8일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9.9원 오른 12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3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다. 즉 대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달러 가치의 가파른 급등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은 원유 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 유가 상승이 물가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타 국가보다 크다. 국제유가가 이미 천장을 뚫은 가운데,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원유 도입 단가가 높아져 국내 기업들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고, 이는 곧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2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3.7% 오르는 등 국내 소비자물가가 5개월 연속 3%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2월 말부터 상승한 국제유가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 부진으로 경제지표 하강 우려


물가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경제지표는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관측이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가 크지 않기에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지정학적 위험 요인 확산 정도에 따라 세계 교역 규모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신히 적자에서 벗어난 무역수지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이후, 2월 8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된 것이지만,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급등으로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결국 수출이 흔들리면서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저성장 기조 속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7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을 통해 비슷한 지적을 했다. KDI는 “최근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따른 경제 제재로 인해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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