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배구 출신 신인왕 이윤정의 선한 영향력 [V리그]

입력 2022-04-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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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이윤정. 사진제공 | KOVO

종목 불문하고 프로 리그 신인상의 주인공은 대개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깨나 알려진 유망주들이다. 대부분 연령별 국가대표선수를 거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지명도가 높다. 데뷔와 동시에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신인상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상의 주인공은 이윤정(25·한국도로공사)이다. 그가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실업배구 출신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2015년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한 뒤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에 프로가 아닌 실업 무대를 택했다. 경기를 뛰고 싶다는 마음에 수원시청 유니폼을 입었고, 5년을 뛴 뒤 뒤늦게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당초 3라운드 지명을 계획했지만 그럴 경우 연봉이 실업팀에서 받던 것보다 적어진다. 그래서 2라운드 2순위로 높여서 뽑아 체면을 세워줬다.

한국도로공사 이윤정. 사진제공 | KOVO


6년 후배들과 함께 프로 유니폼을 입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백업 세터로 뛰면서 적응기를 거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와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쌓였고, 출전 기회도 늘었다. 탄탄한 기본기에 특히 패턴 플레이에 능했다. 팀 컬러를 살리는 토스로 주가는 급등했다. 게다가 선발로 나서면 팀 승률이 높아지는 등 운도 따랐다.

서브도 화제였다. 심판에게 먼저 꾸벅 인사를 하고 공에 바람을 한번 불어넣은 뒤 서브를 했다. 이런 독특한 루틴에 팬들은 ‘유교세터’ ‘꾸벅좌’ 등 다양한 애칭을 붙여주며 관심을 보였다.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갑자기 커진 기대감에 슬럼프를 맞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30경기 86세트를 뛰면서 팀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세트당 7.802개의 세트 성공으로 이 부문 7위에 올랐다. 한 경기 3개의 서브에이스도 나왔고, 한 경기 15개의 디그도 기록했다. 그야말로 몸을 사리지 않은 한 시즌이었다.

한국도로공사 이윤정. 스포츠동아DB


이윤정은 18일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당당히 신인상을 받았다. 실업리그 출신으로 최초의 수상자다. 나이도 역대 신인 중 가장 많다. 그만큼 기쁨도 컸다. “시즌 초반에는 신인왕을 욕심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욕심이 생겼지만, 정말 받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중고 신인의 수상 소식은 후배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다. 나이나 출신보다는 얼마나 노력하고 도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 이제 그는 누군가의 롤 모델이다. 그를 보면서 누군가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이윤정은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한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는 선택을 했으면 한다”며 조언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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