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루친스키, 롯데 반즈, 키움 안우진(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NC 루친스키, 롯데 반즈, 키움 안우진(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롯데 자이언츠


스트라이크(S)존 확대와 더불어 막이 오른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는 역대급 ‘투고타저’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예상 속에 초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지만, 극심한 투고타저 양상이 이미 일정 부분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18일까지 팀당 14경기 정도씩 치른 가운데 10개 구단 중 4팀(SSG 랜더스,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은 2점대의 팀 평균자책점(ERA)을 기록 중이다. 팀 타율의 경우 0.250 이상은 4팀(SSG, 롯데, LG, 두산 베어스)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점대 팀 ERA는 두산이 유일했고, 팀 타율에선 6팀이 0.250을 넘겼다.

투고타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투수 개개인의 ERA다. 각 팀 선발투수들의 ERA가 대폭 낮아졌다. 아직 등판 횟수가 3, 4경기에 불과하지만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0.45)를 필두로 롯데 찰리 반즈(0.68), 키움 안우진(0.90) 등 0점대 ERA를 자랑하는 투수가 3명이나 된다. 1점대 ERA를 기록 중인 투수들도 8명이나 될 정도로 투수들이 타자들을 압도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정상화’로도 표현되는 S존의 확대 이후 타자들은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기진행속도 역시 약간 빨라졌다. 긍정적 부분이 분명 존재하지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놓고 아직은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심판에게 물어보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타자들이 체감하는 S존과 심판들이 설정해놓은 S존에 격차가 있다. 지금은 이를 좁혀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다만 현장에선 이러한 투고타저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해보다 좌우상하 모두 커진 S존에 타자들이 아직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대응력이 향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위 자체만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들이 많다기보다는 확대된 S존을 지금은 투수들이 좀더 잘 활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투수들의 강세가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 역대급 팀 ERA와 개인 ERA 기록이 쏟아질 여지는 충분하다. 한 시즌을 0점대 ERA로 마친 투수는 선동열이 유일무이하다. 해태 타이거즈를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국보투수’로 군림한 그는 1986년(0.99)과 1987년(0.89), 1993년(0.78) 등 3차례나 0점대 ERA을 달성했다. 1993년의 0.78은 여전히 ‘불멸의 대기록’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