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세고 자극적인 이전 영화들과 달라…탕웨이 캐스팅 절박”

입력 2022-05-24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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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사진제공 | CJ ENM

박찬욱(59) 감독이 신작 ‘헤어질 결심’을 들고 돌아왔다. 2018년 6부작 영국 BBC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선보이긴 했지만 장편영화는 ‘아가씨’ 이후 6년 만이다.

박해일과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헤어질 결심’은 그동안 파격적이고 높은 수위의 영화들을 주로 선보여 왔던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다르다. 변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박해일)와 사망자의 아내(탕웨이) 사이에 피어오른 사랑의 감정을 그린 “말랑말랑한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신체적 폭력은 없더라도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의 폭력성”과 “죄의식” 등 그가 늘 탐구했던 핵심 정서는 고스란히 담아냈다.


‘깐느 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칸 영화제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온 박 감독은 이번 영화 역시 칸의 초청을 받아 24일(한국시간) 진행된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세계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신까지 너도 나도 ‘헤어질 결심’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흥분하고 있지만 정작 박 감독은 “다들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는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나에게는 팬데믹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 것 자체가 기쁘고 소중할 뿐이다”고 말을 더했다.


-이전 작품과 다른 로맨스물을 택한 이유는?

“이런 말 하면 다들 웃지만, 저는 늘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왔어요. ‘공동경비구역 JSA’는 예외였지만 대부분은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영화도 그리 특별한 건 아니에요. 다만 이전에는 로맨스임에도 겉으로는 스릴러 장르의 틀을 띄고 있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로맨스가 전면으로 드러나죠. 심의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15세 관람가를 별 문제 없이 받을 것 같아요. 어른들의 사랑을 보여준다고 해서 꼭 폭력과 섹스가 묘사될 필요는 없어요. 고전적이고 우아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려 했죠.”

사진제공 | CJ ENM



-여자 주인공을 탕웨이로 내세운 이유가 있나

“형사가 주인공인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 형사는 깨끗한 느낌의 박해일 같은 사람이라고 처음부터 설정 했어요.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정서경 작가에게 말했더니 ‘그럼 여자는 중국인으로 해요.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더군요. 저도 탕웨이의 팬이라 바로 좋다고 했어요. 탕웨이의 캐스팅은 정말 절박했죠. 시나리오를 중국인인 탕웨이로 설정하고 각본을 써서 탕웨이가 거절한다면 대본 자체를 수정해야 했거든요.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탕웨이에게 출연 제안을 했어요. 변사처럼 만나서 줄거리를 한참 설명했죠. 하하!”


-박해일 같은 ‘깨끗한 남자’로 설정했다는데

“마르틴 베크라는 스웨덴의 형사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의 영향을 받았어요. 마르틴 베크가 폭력적이고 예의바른 형사인데, 박해일 씨가 가진 무해하고 영혼이 맑으면서도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있죠. 박해일의 느낌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어요. 특히 영화 ‘덕혜옹주’에서 보여줬던 의젓하고 기품 있는 면을 이 영화에서 활용하고 싶거든요.”

사진제공 | CJ ENM

-가장 기대하는 영화의 반응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박해일 탕웨이 잘 어울린다’라는 말이에요. 잘 어울리게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이 영화로 사랑의 방식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는 것, 이러한 사랑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싶었죠.”


-늘 호불호가 강한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가는 사람이 나올 법한 영화는 아니에요. 하하. 오히려 제 전작들에 비해 자극적인 면이 없어서 ‘심심하다’고 평가 하실 지도 모르겠어요. 저의 이전 영화들은 잊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 전작들과 비교하지 않고 다른 일반 영화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심심한 영화도 아니에요.”

사진제공 | CJ ENM



-늘 화제에 중심에 있다. 수상과 흥행을 기대하는 시선이 부담이 되지 않나.

“당장 코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사람이라 이후의 거창한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요. 저는 무엇을 해야 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만 생각해요. 흥행이나 수상 같은 건 그 다음 문제죠. 가장 큰 걱정은 오히려 제작 전에 ‘이 영화에 투자가 될 까’에요. 일단 투자자를 설득하고 투자가 되는 것만으로도 큰 관문을 하나 넘는 거죠. 그 다음 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도 아니고요.”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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