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스타일에 끌려들다”…기대치를 넘어섰던 ‘마타하리’ [리뷰]

입력 2022-06-13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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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혼자서 많은 것을 짊어져야 하는 뮤지컬 ‘마타하리’
끌리는 음색, 명쾌한 음정, 신선한 연기…솔라 스타일로 해석
동갑내기 이창섭 ‘아르망’과의 젊은 케미 “오랜 의문이 풀려”
냄비 속의 기대감이 끓어 넘쳤다.

공연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기대의 적정선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식으로 마음속에 줄을 하나 죽 그어가지고선 공연장으로 간다.

그날의 공연이 기대감의 선에 딱 맞아 떨어질 때 관객들은 만족하게 된다. 반면 선의 아래에서 헤매고 있을 때는 실망과 분노가 차례로 밀려든다.

최상은 기대감의 선을 뚫고 오르는 공연이다. 활주로 바닥에서 바퀴를 뗀 항공기가 급상승하듯 횡으로 그어놓은 선을 넘어 시원하게 솟구치는 공연. 멀어져가는 비행기의 뒷모습만큼이나 관객의 마음은 아득해져버린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아르망이 탄 비행기처럼 높이 날아올랐고, 마타하리의 첫 등장처럼 신선하고 신비로웠다.

이번 시즌(세 번째 시즌이다)의 마타하리는 초연 때부터 이 역을 맡은 옥주현과 함께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솔라가 공동 캐스팅됐다. 솔라는 4인조 걸그룹 마마무의 리더이자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솔라’라는 예명은 ‘도레미파솔라~’의 음계에서 따왔다.

마타하리는 솔라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데뷔작치고는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요 배역이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축구로 치면 원톱 포메이션과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옥주현도 2005년 ‘아이다’로 데뷔했지만 이 작품은 옥주현이 맡은 아이다에 버금가는 조연인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가 사이드에서 공을 띄워주기에 부담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마타하리는 그런 거 없다. 이 뮤지컬의 당일 성패를 70%쯤 마타하리 홀로 짊어져야 하는 분위기다.

이런 배역이기에 그동안 마타하리는 국내 최고의 여배우들이 감당해 왔다. 2016년 초연 때는 옥주현과 김소향, 2017년 재연 때는 옥주현과 차지연이었다. 그리고 2022년 이번 시즌은 옥주현과 솔라.

솔라의 마타하리를 보기 위해 기대감의 선을 횡으로 길게 그렸다.

기대한 바는 두 가지였다.

마마무는 다른 걸그룹들과 비교할 때 가창력이 각별히 도드라진 그룹이다. 그런 만큼 솔라의 뮤지컬 넘버 소화력에 대한 기대감 하나.

두 번째는 지금까지 뮤지컬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마타하리’라는 인물과는 다른 해석을 보여줄 것. 그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니더라도 ‘더 새로운 것’이면 만족.



●A, B, C를 벗어나 F, G를 보여주다

명쾌한 음정과 끌려들어가는 음색. 솔라의 노래는 기대의 선을 확실하게 뚫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찢어버리고’ 솟아올랐다.

솔라는 ‘마타하리’의 넘버들을 ‘뮤지컬 교과서’처럼 부르지 않았다.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오르는 가수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팝 스타일의 가수들은 뮤지컬 넘버의 악보를 들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을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인가’.

왜냐하면 뮤지컬의 넘버는 ‘하나의 독립된 곡’이자 ‘전체 중 하나인 곡’이기 때문이다. 또한 넘버는 그 자체가 대사이면서 연기를 필요로 한다. 대사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정확히 들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또박또박 부르면 올드해져버린다.

솔라 역시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라면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선배 옥주현으로부터 조언을 얻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솔라의 해법은 옥주현과는 매우 달랐다. 옥주현은 팝, 가요를 부를 때와 뮤지컬을 할 때의 창법, 발성, 음색, 호흡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다르게 구사했다. 사실 옥주현 정도가 아니면 흉내내기도 힘들어 누군가에게 권할 만한 스타일은 아닐 것이다.

반면 솔라는 ‘마타하리’의 넘버들을 대부분 자신의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정공법으로 나왔다. ‘밀어붙였다’라기보다는 ‘끌어들였다’라는 표현이 좀 더 나을 것 같다. 기존의 뮤지컬 창법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이지만 솔라가 부르고 있으면 슬그머니 고개가 끄덕여진다고나 할까.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의 음색과 음정이라고 생각한다. 솔라는 매우 대중적이면서 공감에 강한 음색을 가졌다. 그의 노래는 부담없이 귓구멍으로 넘어가 심장을 한바탕 뛰게 만든 뒤 감동으로 소화되어 버린다. 게다가 정확한 음정은 애매모호함이 없이 단호하고 명쾌하게 대사와 느낌을 전해온다.




●이창섭 ‘아르망’과의 젊은 케미 돋보여

솔라식의 넘버 해법은 연기로도 이어졌다. ABC를 벗어난 F나 G의 풋풋함이랄까. 그동안 보아온 연기는 아닌데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도 않다. 간혹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고 손을 쥐게 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분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망’ 이창섭과의 케미는 매우 잘 어울렸다. 이창섭 역시 비투비의 멤버. 일찌감치 뮤지컬에 진출해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두 사람의 케미에는 이들이 동갑내기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솔라와 이창섭은 모두 1991년생, 심지어 생일도 같은 2월이다.

솔라 마타하리와 이창섭 아르망은 다른 조합과 비교해 한결 ‘젊은 사랑’을 보여준다. 풋풋하다.

험한 삶을 살며 산전수전 다 겪은 마타하리가 왜 그토록 사랑을 위해 무모한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죽음 앞에서 그처럼 담대할 수 있었는지. 풀리지 않았던 한 모금의 의문이 솔라, 이창섭을 보며 풀려나갔다.

‘마타하리’를 통해 솔라는 분명 한 단계 올라섰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적어도 ‘시’나 ‘시#’을 보여준 것이다.

자신의 뮤지컬 데뷔무대에 관객만큼 스스로도 만족했는지 모르겠다.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어떤 기대감의 선을 그어 놓았는지도 궁금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EMK 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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