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했던 그 때, 감흥 없는 현재” 박병호가 홈런왕에 무덤덤해진 이유

입력 2022-07-06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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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 스포츠동아DB

“그냥 감흥이 없어요(웃음).”

KT 위즈 박병호(36)는 5일까지 27개의 아치를 그려 2022시즌 압도적인 홈런 1위를 질주 중이다. 2위인 LG 트윈스 김현수(15개)와는 무려 12개나 차이난다.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기세다. ‘국민거포’로 각광받으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던 2012~2015년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괴력이다. 3개만 더 추가하면 2019년(33개) 이후 3년 만에 다시 30홈런 고지도 밟는다.

하지만 올해 박병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홈런 기록에 유독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쌓여가는 숫자에도 무덤덤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을 기회인데도 “큰 감흥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7일까지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를 치르는 박병호는 압도적인 페이스에 대해 “나도 신기하다. 홈런왕을 연속해서 차지했을 때도 이렇게 2위와 큰 차이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홈런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홈런이 계속 나온다는 건 내가 발휘해야 할 내 장점이 나온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금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2019년 이후 3년만의 홈런왕 복귀가 유력하다. 그러나 박병호는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의 (부진했던) 성적에 대해 내가 할 말이 없다. 그 때도 했어야 하는 기록들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올 시즌 홈런이 쉽게, 또 금방 머리 속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T 박병호. 스포츠동아DB


홈런왕에 대한 생각 역시 같았다. 박병호는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을 땐 ‘홈런 타이틀을 지켜야 돼’라는 생각이 강했다. 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게 그 때는 분명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어떠한 기록이든 1위를 해본 선수들은 그 압박을 분명 알 것”이라며 “당시에는 그랬지만, 지금의 나는 지난 2년간의 (부진했던) 성적 때문에 올해 홈런이 쌓이는 것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박병호가 홈런보다 반기는 것은 올해 그의 활약을 축하해주는 동료 선수들의 말 한마디다. 그는 “주변에서 오히려 축하를 더 많이 해준다. 최정(SSG 랜더스) 선수도 그랬고, 선수생활을 함께 오래한 다른 선수들도 그렇다. 고참으로서 힘들었던 내 마음을 다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게 있다. 그런 것들이 참 고맙다”며 동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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