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우영우’vs서예지·‘이브’,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DA:스퀘어]

입력 2022-07-14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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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감히 비교할 수 있겠냐만, ENA 오리지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와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는 너무 분명하게 차이를 보여준다. 높은 화제성은 두 작품은 모두 같지만, 작품 완성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제작진과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까지 뜯어볼수록 그 수준 차이가 심하다.

먼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의 편견, 부조리에 맞서 나가는 우영우 도전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고 있다. 5회까지 방영된 현재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작품 자체가 주는 따뜻하고 분명한 메시지는 이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라는 반응이다.

높은 인기는 화제성에서 증명된다.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6월 5주 차)에 따르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주인공 우영우로 분하는 배우 박은빈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도 상상 그 이상이다. 변방의 채널로 불리는 ENA에서 전국 9.1%, 수도권 10.3%(5회·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나타냈다. 이는 작품 자체 최고시청률인 동시에 ENA 역대 최고시청률이다. 지상파 채널과 견주어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이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문지원 작가 필력이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된 장르다.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전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이 움직인다. 문지원 작가는 자신 전작인 영화 ‘증인‘에서 다룬 자폐 스펙트럼을 크게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닌 의미가 크다. ‘증인’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지우(김향기 분)가 법정 참고인(증인)으로서 인정받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지닌 차별의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확장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지닌 변호사가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견, 차별에 맞서 외뢰인에게 신뢰를 얻고 법정에서 법률대리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는 차별의 문제, 인정과 이해 차이 등을 분명하게 담는다. 이런 메시지에 문지원 작가 특유의 유머가 녹아들어 시청자를 설득한다.

그리고 작품 설득 작업에 핵심은 박은빈 연기다. 박은빈은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 캐릭터를 이해하기보다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듯하다. 단순하게 이해하려 했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다. ‘우영우라서 그렇다’고 인정하고 내려놓고 연기하면 오히려 편하다. 영리한 박은빈은 이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캐릭터에 반영한다. 보통의 사람과 조금 다른, 조금 특별한 느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에 있다. 박은빈 연기에는 그 점이 분명히 담긴다. 자폐 스펙트럼 특유의 반복성을 자연스럽게 내비치면서도 발전된 사회성에서 보이는 감정 변화를 얼굴과 행동으로 표현한다. 제 감정을 오롯이 표출할 수 없는 자폐 스펙트럼 자체를 받아들이고 연기하는 영리함이 여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단발, 수수한 옷차림은 박은빈의 캐릭터 해석력을 검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외적으로 돋보일 만한 포인트를 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박은빈은 우영우 캐릭터에 집중할 포인트는 외적인 것이 아닌 내면임을 잘 알고 있기에 겉모습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자폐 스펙트럼이 자연스럽게 일상 언어(대사)에서 녹아들 수 있도록 중점을 둔다.

앞서 박은빈은 “대본을 보고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섣불리 먼저 선입견을 품고 대하는 대본도 아니어야 할 것 같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연기를 한다는 것이 괜찮을지 의문이 생기더라. 그래서 찾은 해답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영우 진심을 제일 먼저 알아주고, 우영우 진심과 박은빈 진심을 더해 보는 분들이 그 마음을 느껴주면 좋겠다가 기본 바탕이었다”고 했다.

박은빈은 여러 작품으로 구현된 캐릭터나 실존 인물을 은연중에 기억하고 잘못된 접근과 모방을 할까 봐, 이를 배제하고 대본에 담긴 인물과 자폐 스펙트럼 관련된 여러 책을 숙지한 끝에 지금의 우영우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이 빛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달리 ‘이브‘는 높은 화제성과 달리 ‘졸작 서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브’는 6월 1주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 3위에 올랐다. 여주인공 라엘을 연기하는 서예지 역시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6월 2주 차에는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 5위, 출연자 화제성 부문 4위를 각각 차지했다. 6월 4주 차 역시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 3위, 출연자 화제성 부문 1위를 각각 올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순위에 등장한 6월 5주 차에도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 4위, 출연자 화제성 부문 2위에 랭크됐다. 7월 1주 차도 마찬가지다. 각각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 5위, 출연자 화제성 부문 7위에 올랐다. 화제성은 웬만한 인기작을 능가한다. 그리고 이런 화제성 배경에는 ‘졸작 서사’와 연기력이 들통난 서예지가 있다.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 멜로 복수극이라는 큰 틀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전개 과정은 ‘졸작’에 지나지 않는다. 첫 회부터 볼썽사나운 정사 장면이 펼쳐진다. 라엘(서예지 분)이 윤겸(박병은 분)을 유혹하기 위해 남편 진욱(이하율 분)과 벌이는 애정신이다. 아침 드라마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 난데없이 그려지며 이 작품을 왜 시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시청자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탱고 장면은 ‘이브’가 졸작임을 확인시켜주는 장치다. 왜 탱고인지에 대한 명확성은 없다. 작가 고집에서 비롯된 유혹 장치다. 덕분에 배우들만 탱고까지 연습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유혹과 복수 전개 과정은 ‘이브’가 13회까지 그려온 내용이다. 이중 70% 분량이 라엘의 가스라이팅(유혹)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는 ‘조롱’으로 연결되는 라엘의 엽기 분장과 패션이 등장한다. 대체 왜 저런 차림의 여자에게 남성 캐릭터들이 유혹당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치명적이라는 작품 설명답게 치명적으로 우스꽝스럽다. 블랙 코미디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애초 노린 콘셉트라면 성공이다. 그 반대라며 ‘졸작’이라고 증명하는 셈이다.


여주인공 라엘을 연기하는 서예지에 대한 혹평은 예상된 결과다. 작품 외적으로 이미 서예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내리꽂힌 상태다. 배우 이미지로 단순히 작품을 판단할 수 없기에 그의 연기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연기력은 형편없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무표정하게 딱딱하게 굳은 시선 처리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속내를 알 수 있는 표정이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일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발성은 그야말로 ‘환장’에 가깝다. 배우에게 발성과 발음은 전달력을 의미한다. 일정한 성량으로 음성을 명확하게 전달해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포인트다. 서예지에게는 이런 발성의 중요성은 없는 듯하다. 성량이 좋은 배우들 사이에서 서예지 음성은 속삭임에 가깝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표정도 없고, 음성도 별로다. 연기력이라고 할 만한 포인트가 있을까. 사실 서예지가 주목받은 전작 ‘사이코지만 괜찮아’(연출 박신우 극본 조용) 속 고문영 캐릭터 연기도 박수받을 만큼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작품이 주는 인상과 캐릭터 분위기가 서예지 특유 음산함이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이브’는 깊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두 작품 성격은 확연하게 다르다. 성장극과 복수극이라는 성격상 비교 대상도 아니다. 다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측면에서의 비교는 가능하다. 각 작품에 임하는 이들 노력을 모두 폄하할 수 없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높았고, ‘이브’는 낮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이브’를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두 작품을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는 분명하게 나뉠 듯하다. 시청자가 체감하는 작품 퀄리티가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이브’는 조롱에 가까운 작품으로 낙인찍힌 상태다. 캐스팅을 두고 말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이 좋았다면 사그라들 문제였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작품으로서 승부를 본 케이스다. 인기 채널도 아니고 소재도 로맨틱 코미디나 장르물 같은 흥밋거리도 아니다. 이점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작품이 시청자에게 선택받는 데 있어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작품관이다. 작품관이 좋으면 그 작품은 언제든 빛을 본다. 혹여 그 작품이 공개된 지 한참이 지난 시점이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브’는 작품으로서 실패했다”고 평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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