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석천이 성소수자 커플들의 일상을 담은 웨이브 예능 콘텐츠 ‘메리퀴어’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는 시청자 반응을 
보고 뿌듯했다”면서 “앞으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제공|웨이브

방송인 홍석천이 성소수자 커플들의 일상을 담은 웨이브 예능 콘텐츠 ‘메리퀴어’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는 시청자 반응을 보고 뿌듯했다”면서 “앞으로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제공|웨이브


방송가 첫 성소수자 소재 예능 ‘메리퀴어’ 진행 맡은 홍석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한계 짚어
제작진에 자극적 설정 자제 부탁
열린마음으로 함께사는 세상 되길
“이제야 세상이 변하네요.”

방송인 홍석천(51)이 전화 수화기 너머로 담담하게 웃었다.

홍석천은 2000년 9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세상에 당당하게 공개(커밍아웃)한 뒤 온갖 편견에 맞서 꿋꿋하게 활동해왔다. 당시만 해도 ‘커밍아웃’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이라 세간의 쏟아지는 갖은 반응을 보며 “언젠가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해주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때때로 “이 나라에서는 온전히 살기 힘들겠다”고 좌절하기도 했다.

그렇게 버틴 지 22년 만에 “변화”가 찾아왔다. 8일부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공개 중인 LGBT(성소수자) 소재의 예능 콘텐츠 ‘메리퀴어’에 나서고 있다. 신동엽, 가수 하니와 함께 진행자로 나선 홍석천은 최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늦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시작”이라며 반가워했다.


●“용기 있는 요즘 친구들”

‘메리퀴어’는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세 쌍의 성소수자 커플이 일상을 공개하는 이야기이다. 자신들이 겪는 사회의 편견과 동성결혼 등 제도적인 한계를 짚는다. 기획 초기부터 참여한 홍석천의 조언도 녹아들었다.

“화제성을 위해 자극적인 설정이나 인위적인 장치를 두지 말아 달라고 제작진에게 특별히 부탁했어요. 주변의 반응이 어떻든 흔들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오랜 친구인 (신)동엽이는 ‘함께 해야지’라며 흔쾌히 진행자로 나와 줬어요. 처음 본 하니 씨도 마찬가지고요. 정말 고마울 따름이에요.”

행여 출연자들이 악성 댓글로 상처 입을까 싶어 살뜰히 챙기고 있다. 최근 이들을 직접 만나고 와서는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사실 저조차 결혼은 ‘꿈꿀 수 없는 삶’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출연자들은 저보다 더 용감하게 미래를 그리고, 결혼을 꿈꾸는 걸 보며 ‘와우!’하고 외쳤죠. 정말 대단해요. 나와는 또 다른 형태의 용기를 내지 않았나 싶어요.”


●“잘 버텨왔구나 싶죠!”

20년이 넘도록 편견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성소수자들을 도우며 “투쟁의 삶”을 살아왔다. 변화를 온몸으로 이끌어온 그는 “그래도 잘 버텼구나 싶다”며 웃었다.

“최근에 한 동성애자 동생이 ‘덕분에 마음껏 숨 쉴 수 있다’고 말하면서 꽉 안아줬어요. 감동을 많이 받았죠. 과거보다는 조금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저와 같은 친구들이 ‘메리퀴어’를 보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특별한 삶”이 “평범함이 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고 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나와 다른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반드시 필요해요.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고, 남의 다름을 인정해야 나의 다름도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요. 나를 드러내는 것이 더 이상 겁나지 않은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