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6일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류지현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이다. 후보 선정부터 선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과정은 구단 최고위층의 의사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스포츠동아DB
LG 구단은 6일 “제14대 감독에 염경엽 해설위원을 선임했다. 계약기간 3년,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연봉 5억+옵션 3억 원)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프런트와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염 신임 감독이 구단의 궁극적 목표와 미래 방향성을 추구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LG는 올해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한 류지현 전 감독(51)과 4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빠르게 움직였다. 구단고위층이 4일 염 감독과 접촉했고, 5일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을 시작으로 업무에 들어간다.
●2군 총괄→1군 감독으로 바뀐 배경은?
LG의 염 감독 선임은 다소 파격이다. LG가 류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뒤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차기 사령탑으로 유력하다는 루머가 파다했다. 게다가 LG는 정규시즌을 마친 직후 염 감독에게 2군 총괄 코디네이터를 제안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2군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염 감독을 영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며칠 새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차명석 LG 단장은 6일 “정규시즌을 마친 직후 염 위원장에게 2군 총괄 코디네이터를 제안했다. 1군의 정규시즌 결과가 좋아 2군 강화에 초점을 맞춰 영입을 시도했다. 염 위원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포스트시즌 결과에 대해 구단 고위층에서 크게 실망한 건 사실이다. 류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방침이 굳어진 뒤 모든 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염경엽 LG 신임 감독. 스포츠동아DB
●톱다운으로 결정된 차기 사령탑
염 감독 영입을 추진하면서 LG 구단 고위층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고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KBO 총재까지 지낸 구본능 LG 구단주대행이 직·간접적으로 염 감독 영입에 적극성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톱다운(top down)’ 방식이었다. 현장에서 차기 감독 후보군을 추렸겠지만 검증과 의사결정, 계약서 작성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것은 구단 고위층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염 감독은 과거 LG에서 스카우트팀장, 운영팀장, 코치로 재직한 바 있다. 이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코치로 일하다가 2013년 처음으로 프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9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감독으로 변신했다. 사령탑을 맡아 팀을 지휘한 매 시즌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뤘지만, KS 우승까지 거머쥔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의 선택은 염 감독이었다. 계약기간은 3년이지만 내년 시즌 최소한 KS 무대는 밟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그에게 주어졌다. ‘독이 든 성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적에 대한 큰 부담감은 결코 지울 수 없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