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사태’ 초비상 걸린 韓축구…中축구 이미지도 ‘급락’ [사커토픽]

입력 2023-05-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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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스포츠동아DB

손준호. 스포츠동아DB

중국프로축구에서 활약하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1·산둥 타이산)가 ‘비공직자 뇌물수수’ 혐의로 공안에 구류된 지 17일로 엿새째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했던 그는 12일 상하이에서 출국하려다 체포돼 랴오닝성 공안에서 ‘형사 구류’ 상태로 조사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16일 “한국 국민(손준호)이 ‘비국가공작인원(비공직자) 수뢰’로 랴오닝성 공안 당국에 구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확인했고, 주중한국대사관과 선양총영사관에도 이 사실이 공식 통보됐다. 이에 앞서 사태를 파악한 영사관은 곧장 영사 면회를 신청했고, 17일 오전 손준호의 면회를 진행했다.
상황은 복잡하다. 중국은 5회 연속 월드컵 진출 실패를 계기로 자국 축구계에 만연한 승부조작, 뇌물 등 각종 비위를 척결하기 위한 사정작업에 한창이다. 리티에 전 중국대표팀 감독, 산둥 하오웨이 전 감독과 조선족 선수인 진징다오가 체포됐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천쉬위안 중국축구협회(CFA) 회장 등 고위직 여럿이 구금됐고, 두자오차이 국가체육총국 부국장은 파면됐다.

일단은 운동선수로선 치명적인 ‘승부조작’은 거론되지 않았으나, ‘비공직자 수뢰’도 중국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되는 무거운 혐의다. 2009년 축구계 부패 청산을 외치며 대대적 수사가 이뤄진 당시, 처벌 받은 상당수 인사들에게 적용된 혐의와 같다.

초비상이 걸린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사태 파악과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문으로 협조를 구한 CFA는 공안 수사로 조직이 초토화돼 유의미한 회신이 없는 가운데, KFA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긴밀히 연락하고, 6월 A매치 2연전에 앞서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독일)에게도 손준호의 상황을 알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손준호의 위상이다. K리그1 전북 현대를 떠나 산둥에 입단한 2021년 리그와 CFA컵 우승, 지난해 CFA컵 정상에 이어 월드컵 본선까지 밟은 그는 중국에선 최고 스타로 통한다. 이처럼 유명 외국인선수를 반부패 피의자로 특정해 조사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선수 측은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중관계가 급랭한 시국에 국내에서 이미 좋지 않았던 중국과 현지 축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손준호 사태’로 한층 더 악화됐다. 반중정서가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하필 이 시점에 부임한 최강희 산둥 감독과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 베이징 궈안 강상우 등 중국프로축구에서 활동하는 이들까지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한 축구인은 “중국은 동남아시아에도 무너지는 절망적인 대표팀 실력과 승부조작, 구단 파산, 임금 체불, 이적료 미지급도 모자라 외국인선수까지 체포하는 폐쇄국가의 인상만 남았다”고 일갈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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