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의 노래’ 김민기 1주기, 55년 만에 바늘 위에 다시 놓이다

고(故) 김민기 대표 (학전 제공)

청년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춘 적이 없다.
고(故) 김민기 대표의 1주기를 맞아 55년 전 금지됐던 목소리가 다시 재생된다. 학전은 김민기의 데뷔 음반 [김민기]를 복각 LP로 제작, 발매하며 그를 기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침 이슬’, ‘친구’, ‘혼혈아’ 등 그의 대표곡이 담긴 이 음반은 1971년 발표 직후 당국의 금지 조치로 유통이 중단되며 오랫동안 공식 복각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재발매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다. 한 청년이 남긴 시대의 목소리를, 다시 오늘의 청자에게 건네는 첫걸음이다.

복각 LP는 7월 21일부터 8월 10일까지 주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으로 판매되며, 수익금은 ‘학전김민기재단’ 설립 및 아카이브 사업에 사용된다.

1971년, 스무 살 김민기는 [김민기]라는 이름의 음반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앨범은 500장만 인쇄된 채 대부분이 압수됐고, 이후 금지곡으로 지정돼 해적판으로만 존재해왔다. 그로부터 55년. 학전이 그의 1주기를 맞아 내놓는 복각 LP가 정식 경로로 세상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

복각을 위해 학전은 1971년 초판 LP들을 수집하고 최신 리마스터링 기술을 적용해 그가 남긴 목소리와 연주를 충실하게 되살렸다. 디자인은 서울대 미대 선배들이 제작했던 원본 커버를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김민기의 자필 악보와 메모, 사진 등이 담긴 40쪽 북릿도 넣었다.
특히, 당시 심의로 제목을 바꿔야 했던 ‘혼혈아’는 복각에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실종된 후배를 찾아 헤맨 밤의 기억 속에서 태어났다. 책임과 상실, 청춘의 무력감이 배어 있는 이 곡은 김민기 특유의 내밀한 언어로 시대를 위로했다.
‘아침 이슬’과 ‘그날’은 양희은의 목소리로 더 널리 알려졌지만, 김민기의 자전적인 감성과 청년 세대의 저항이 동시에 담긴 곡이다. ‘아침 이슬’은 그의 대표곡이자, 1987년 해금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금지된 노래 중 하나였다.

‘꽃 피우는 아이’는 죽어가는 무궁화를 통해 시대의 종말을 노래했다. 당시 당국은 이를 정치적 도발로 간주했지만, 김민기는 “그저 지는 꽃을 다시 피우자고 노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길’, ‘혼혈아’, ‘아하, 누가 그렇게…’ 등은 김민기의 음악적 정체성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마지막 트랙 ‘눈길’은 휘파람만으로 연주되는 연주곡으로, 말없이 흐르는 여운처럼 음반을 마무리한다.

이번 복각은 단지 한 장의 바이닐 출시로 끝나지 않는다. 학전은 김민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학전김민기재단’을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정식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복각 LP가 어떤 책장, 어떤 턴테이블 위에 놓이든, 그곳엔 늘 김민기의 청춘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시대는 지나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청년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