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뉴시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진|뉴시스



사내 메신저 슬랙에 이어 이번엔 ‘엘박스’(LBOX)가 민희진으로 말미암아 유명세를 타는 분위기다. 엘박스는 국내 최대 법률 플랫폼으로 사건 번호만 알면 거의 모든 판결문을 공개 열람할 수 있다.

민희진이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의 대표이던 시절, 당시 여사원에게 고발당한 ‘직장 내 괴롭힘’ 혐의에 대한 과태료 결정 판결문이 24일 오전부터 각종 연예 커뮤니티에 올라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해당 결정문에는 직장 내 괴롭힘 혐의에 대해 민 전 대표에게 3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내린 법원의 판단 근거가 그대로 실려 있었으며, 일명 사내 ‘단톡방’을 매개로 고발인 여직원을 향해 행한 민 전 대표의 폄하성 발언 또한 상세히 기술돼 눈길을 끌었다.

결정문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사내 단톡방을 통해 이번 사건의 고발인인 전 여직원에게 업무 관련 질책을 하는 과정에서 “X통”, “띨X”, “바보”, “염치가 없다” 등 조롱조의 표현을 반복했고, 일부 비속어 또한 사용했다.

해당 결정문 상에는 위반자로 지목된 민 전 대표의 입장 또한 실려 있었다.

구체적으로 근로자(여직원)를 질책하는 상황에서 근로자에게 ‘친근한 표현’을 사용하여 그가 취해야 할 업무 태도를 지도한 것일 뿐 조롱한 것이 아니라거나, 위반 사항과 관련해 위반자가 답답함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혼잣말을 한 것’이거나, (단톡방 내) ‘다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쓰였다.

이와 맞물려 재판부는 “근로자에게 사용한 언어가 친근한 표현으로 보이지 않고, 근로자의 입장에선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한 점, 단톡방에 다른 근로자도 있었던 점” 등을 들며 “위반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민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여 직장 내 괴롭힘 혐의에서 일부 제외한 사안도 있었다. 예컨대 재판부는 CM송 선정 과정에서 행해진 ‘답답하다’, ‘진짜 한심하다’, ‘너 거기 필요 없잖아’ 등 발언의 경우 “질책 과정에서 (고발인의) 기분이 상했을 수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과태료 산정에서 제외했다.

젊은 세대 용어로 ‘핫게’(뜨거운 게시물)가 된 해당 판결문 게시물은 사건 번호만 알면 누구나 열람 가능한 엘박스에서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엘박스에서 제공하는 판결문은 전문을 볼 수 있지만, 관련자에 대해선 실명이 아닌 ‘이니셜로 처리’돼 노출된다.

해당 결정문은 민 전 대표가 서울 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낸 과태료 처분 ‘이의’에 대해 지난달 16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61단독(판사 정철민)에서 판결한 내용을 담았다. 재판부는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과태료의 경우 일부 ‘감액’된 300만원으로 조정 부과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이와 관련 “4건 가운데 2건은 불인정돼 과태료가 감액되었음으로 ‘일부 승소’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이달 초 보정서를 제출해 정식 재판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 전 대표가 정식 재판을 청구함에 따라 과태료 부과 결정의 효력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허민녕 기자 mign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