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와 벌이는 관련 재판에서 ‘정치색 강요 논란’이 불거져 눈길을 끈다. 사진|뉴시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 모회사 하이브와 벌이는 관련 재판에서 ‘정치색 강요 논란’이 불거져 눈길을 끈다. 사진|뉴시스



“너 민주당 왜 뽑았어”, “전 탄핵에 익명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하였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목소리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등 3인이 어도어 모회사인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주식 매매 대금 청구 소송 및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간계약해지 확인의 소 3차 변론에서 벌어진 일이다.

‘돈이 다툼의 쟁점’인 병합 재판에서 민 전 대표의 ‘정치색 강요 논란’이 불거져 눈길을 끈다. 민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을 재직 당시 사내 직원에게 ‘강요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으로,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카카오톡 대화’와 유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어도어 직원이 올린 글이 증거로 제출됐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에서 진행된 변론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직접 변론에 나선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관련 질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재판부를 향해 해당 사안에 대한 ‘본인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라’는 등 다소 민감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가장 뜨거운 공방이 오갔던 대목은 민 전 대표와 직원 사이에 오갔던 ‘카톡 대화’였다.

2020년 12월 14일로 표기된 카톡 대화에는 민희진 전 대표가 직원에게 “너 민주당 왜 뽑았어”라고 운을 떼고는 “뽑을 당이 없으면 투표를 하지 말아야지 나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뽑아”, “아 진짜 어린애들 이런 거 알아야 되는데 투표는 권리라는 것만 알고 공부를 안하니…”라고 언급한 게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민 전 대표는 직접 “이게 어도어 설립 전이고 (재판과 연관된) 해당 이야기도 아니”라는 입장을 표했고, 하이브 측은 “이 직원들이 어도어로 옮겨와서 괴로웠다는 취지”로 해당 재판과 관련성이 적지 않음을 재판부에 피력했다.

소속 회사에 대한 엄격한 확인 절차는 있지만 익명으로 직장 생활을 가감없이 공유할 수 있는 블라인드 글도 재판에서 거론됐다.

지난해 해당 플랫폼에 올라온 글에서 익명을 전제한 어도어 직원은 “의아 하겠지만 ㅎㅈ님은 선거 전에 직원들 불러서 민주당찍지 말라고 한다. 선거 후에 민주당 찍었다는 애들 있으면 불러 갈X기도 한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가 3시간씩 혼나고 나면 내가 회사에 입사한게 맞는지 경악스럽다”고 했다.

이 주제를 둘러싼 공방 말미에는 민희진 전 대표의 ‘탄핵 익명 응원’ 발언도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민 전 대표는 “정치적 성향이라는 게 일부러 언플(언론 플레이)을 위해 하는 것 같은데”라고 의문을 표하고는 “저는 탄핵에 익명으로 응원을 보내기도 하였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직접 연관성이 있다 볼 순 없지만, 지난 탄핵 정국에서 그룹 뉴진스가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팬덤을 대상으로 거액의 식음료를 선결제한 사실은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있었던 일로, 뉴진스는 이들을 응원하는 응원봉 ‘빙키봉’만 보여주면 서울 여의도 일대 지정 식당에서 김밥, 만둣국, 삼계탕, 음료수 등을 무료로 취식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선결제한 게 560인분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 재판에 대해 재판부는 12월18일 마지막 변론 절차를 갖고 내년 초 1심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허민녕 기자 mign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