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아카데미상시상식]형제를위한상은많았다

입력 2008-02-26 09: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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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브러더스.’ 코언 형제의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을 알리는 AP통신 기사의 첫 문장은 이랬다. 형제 감독인 조엘 코언(53)과 에단 코언(50)이 만든 돈과 피와 폭력의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2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4개 부문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8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다. 칸 영화제에서 세 차례의 감독상(2001년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1996년 ‘파고’, 1991년 ‘바톤핑크’)과 황금종려상(바톤핑크)을 받으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어 온 코언 형제는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1997년 각본상(‘파고’)을 수상했지만 감독상이나 작품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꼽히던 코언 형제는 이번 수상으로 할리우드 주류 무대에서도 인정받게 됐다. 코언 형제는 이번 영화에서 제작 감독 각색 편집을 함께했다. 이전에는 크레디트에 감독 조엘, 제작 에단으로 표기했고 각본에만 둘의 이름을 올렸다. 칸 감독상 등은 조엘의 이름으로 받았다. 감독 크레디트를 공유한 것은 2004년 ‘레이디 킬러’부터지만 두 사람이 모든 작업을 함께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농담처럼 ‘머리가 두 개인 감독(the two-headed director)’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최초의 형제가 됐으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년)로 로버트 와이즈와 제롬 로빈스가 공동 수상한 이래 두 번째로 공동 감독의 수상 사례를 남겼다. 후보에 올랐던 편집상도 받았다면 개인이 한 영화로 한꺼번에 4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는 기록을 세울 뻔했다. 1953년 월트 디즈니가 4개 영화의 제작자로 4개의 상을 가져간 적이 있다. 조엘은 감독상을 받은 뒤 “에단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카메라를 갖고 놀면서 11세 무렵이던 1960년대부터 영화를 찍었다”며 “솔직히 어렸을 때보다 지금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코언 형제는 ‘분노의 저격자’(1984년)로 데뷔한 이래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 왔다.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김영진 교수는 “1980년대 미국 독립영화 진영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코언 형제는 미국 장르 영화의 전통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비틀어 고유의 영역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때론 악동으로 때로는 거장으로 불리며 코미디에서 누아르(범죄 폭력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그들의 장기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면서 특유의 블랙 유머가 살아 있는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같은 누아르다. ‘노인…’은 이런 재능이 정점에 이른 작품이란 찬사를 받았다. ‘노인…’은 198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24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발견한 한 남자가 냉혹한 킬러에게 쫓기는 이야기.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의 건조하고 냉정한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무법천지의 서부를 배경으로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와 이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지는 인간의 운명, 선과 악에 대한 성찰을 음울한 유머감각과 함께 담았다. 이 영화는 미국 전 지역 비평가협회의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고 골든글로브 각본상도 탔다. 이날 시상식에서 ‘노인…’과 같이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2개 부문(남우주연상, 촬영상) 수상에 그쳤고, 7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던 조 라이트의 ‘어톤먼트’는 1개(음악상)의 트로피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본 얼티메이텀’이 3개 부문(음향상, 음향편집상, 편집상)에서, 프랑스 영화 ‘라비앙 로즈’가 2개 부문(여우주연상, 분장상)에서 수상해 의외로 선전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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