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기자 : 선생님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요. 전 맞춤법이나 순우리말을 좋아하고 자주 과잉 교정인간이 되는데요. ‘대중이 쓰는 언어가 맞는 언어야’라고 핀잔을 받기도 해요. 그래도 원칙이라는 건 있어야 하잖아요?
이외수 : 많이 쓴다고 옳다고 하는 것은 억지고, 사람의 입장에서만 언어를 보느냐, 언어 입장에서 언어를 보느냐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B기자 : 언어 입장에서 언어를 본다니요?
이외수 : 새로 태어난 언어나 잘못 통용된 언어. 그것이 반드시 역기능만 있는 게 아니고 순기능도 있습니다. 그것을 전문적으로 파악하고 연구하는 기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 영어교육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먼저 한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보여준 다음, 영어에 대해서 그렇게 가치 부여를 하면 덜 화났을 거야. 엄연히 인류문화유산으로 모든 언어학자들이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 나라 스스로 가치축소를 할 필요가 없어요. 특히 대통령이 나서서 그걸 무시하는 방식의 발언을 해서 못마땅했기 때문에 이민이나 가라고 할 정도로 과격하게 말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정치하시는 분들이 인식을 해야죠.
B기자 : 그런데 우리말을 사랑해도 전 ‘킹왕짱’, ‘짱이에요’ 이런 말 쓰고 싶을 때가 많은데요. 바른 말을 쓰려는 것과는 모순일까요?
이외수 : 내가 ‘하악하악’을 통해서 인터넷 용어를 썼습니다. 새로 태어난 말 중에서 나름 생명력이 있고 전달력, 그 특유의 맛이 있으면 난 씁니다. 쓰는 사람에 따라 언어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죠. 단, 애정을 가지고 잘 써야 되겠지.
이외수는 인터뷰를 마치고, 서재 노래방에서 김태화 ‘안녕’을 불러주었다. “의리가 끝내준다”는 전유성이 이외수가 강산에의 ‘라구요’를 즐겨 부를 때 설치해준 것. 인터뷰 중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자주 기침을 했지만, “목을 긁어대든지 그래도 불러야 해”라며 기자를 감동케 했다. 독자와 함께 아파하고 독자와 함께 웃는 이외수, B기자도 시큼한 김치처럼 발효되는 신문을 바라며 감성마을의 여운을 기억했다.
화천=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