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3의 담수호인 태호(太湖)는 유명한 강소성 남부에 위치한 태호반의 빛나는 명주로 호수 안에는 72개의 작은 섬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태호를 바라보며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 오현(吳縣) 동정(洞庭) 동산(東山)의 어느 차 농가를 방문했다. 4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아저씨와 어린 딸이 수줍은 듯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두 사람은 잠시 숨을 돌린 후 우리 일행을 차밭으로 안내한다. 차밭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가 입안에서 절로 새어 나왔다. 그곳은 차밭이라기보다는 양매나무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산을 보는 것 같았다. 한 아름으로도 다 안을 수 없이 굵고 커다란 양매나무 아래로 햇빛이 비치는 사이사이에 제법 자란 차나무가 듬성듬성 있다. 이 아저씨네 차나무는 가지치기를 전혀 안한다고 한다. 그래서 찻잎을 딸 때는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차나무에 직접 올라가서 찻잎을 딴다. 이곳저곳 차밭을 둘러보았다. 제법 멀리 걸었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차밭에는 복숭아, 자두, 살구, 감귤, 은행, 석류, 양매 등 온갖 과일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는 차나무와 과일나무의 뿌리가 서로 엉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봄이 되어 과일나무에 꽃이 필 때면 찻잎이 파랗게 뾰족뾰족 올라오면서 여러 가지 꽃향기를 흡수한다. 그래서인지 벽라춘은 다른 녹차에 비해 향기나 맛이 매우 독특하다. 벽라춘의 향기는 신선하고 그윽하며 진한 향이 오래 지속되고 꽃향기를 머금고 있다. 차의 맛 또한 산뜻하고 깔끔하며 입안이 상쾌하고 약간의 쓴맛이 느껴진 후에는 이내 깊은 단맛이 입안가득 전해진다. 이 차를 일컬어 그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에 표현하기를 ‘혁살인향((하,혁)煞人香; 사람이 죽을 정도로 놀라게 하는 아름다운 향을 갖고 있다)’이라고 하였다. 마치 소라 모양과 비슷하게 잘 말려진 벽라춘은 찻잎이 가늘고 작아 아주 섬세하며 어리다.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일수록 겉 표면이 은백색의 백호(白毫)로 덮혀 있다. 벽라춘은 차를 우릴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반 녹차를 우릴 때 물의 온도로 85도가 적당하다면 이 차는 70∼80도가 적당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찻잎이 쉽게 익을 염려가 있고 반대로 온도가 너무 낮으면 차 맛이 제대로 우러나오지 않아 풀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날수 있다. 벽라춘 또한 용정차와 더불어 중국 10대 명차중의 하나로 주변 다른 지역의 어린 찻잎을 이용한 가짜 벽라춘이 많으니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한다. 김 영 숙 중국다예연구중심 원장이자 ‘중국의 차와 예’ 저자 현재 중국복건성 복건농림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