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배움에나이가따로있나요

입력 2008-08-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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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제가 사는 대구에서 여고시절 친구들이 모임을 가졌습니다. 저희들이 다닌 학교는 산업체 부속학교로, 3교대를 하면서 다닐 수 있는 학교였습니다. 오전에 학교를 가는 날에는 오후에 일을 하고, 오후에 일을 하면 오전에 학교를 갔습니다. 야간에 일을 할 때면 오전이나 오후에 수업을 받는 그런 학교였습니다. 지금은 폐교가 되었지만, 그 때 야간에 일하고 아침에 학교를 가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참 많이도 졸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해서 하루 종일 붙어있기도 했습니다. 다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공통점 때문에 친구들 사이는 더욱 돈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자식들도 클 만큼 커서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만남을 갖고 있었습니다. 주로 산행을 하면서 수다를 떨고, 온천에 가서 피로를 풀며 헤어질 때는 못내 아쉬워합니다. 친구들 중에서 영천에 사는 친구는 남편이 시청 공무원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면서 자식들에게 요구르트 배달 일을 시켰습니다. 그 친구도 새벽에 함께 배달 일을 하고, 운동을 하며 요리를 배워 3개의 조리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지금은 그 자격증을 활용해 공립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모임 때문에 연락을 했더니 기말고사 때문에 못 갈 것 같다며 말끝을 흐리는 겁니다. 그래서 “네가 애들 시험 보는데 무슨 할 일이 있다고 갑자기 기말고사 타령이야?” 했더니 “애들 말고, 내가 기말고사 보거든. 나 지금 학교 다니잖아”라고 말하는 겁니다. 알고 봤더니 어린이집 퇴근 후에 전문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졸업을 하면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한다는데 제가 생각해봐도 성격 좋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 친구에게 사회복지사는 딱인 것 같았습니다. 참 부지런한 친구입니다. 그리고 대구에 사는 다른 친구는 간호학원을 다녀서 지금은 안과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노인요양사 자격증도 따두었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이 두 친구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다들 맞벌이를 하면서 종이접기를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난타를 배워서 주말에 공연을 하기도 하고, 뭐든지 하나씩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직장에 다니면서 한자 공부를 해 지난번에 3급을 따고, 지금은 2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한자지도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따서 나중에 꼭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하고 싶습니다. 여고 시절에는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공부에 크게 신경을 못 썼는데 그 때 그렇게 고생한 것이 밑천이 됐나봅니다. 지금은 다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대구 달서|전남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매일 오전 09:05-11:00 수도권 주파수 FM 106.1MHz www.kbs.co.kr/radio/happyfm/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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