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 TALK]박지윤“사람에치이고치여연예계떠나려했다”

입력 2009-05-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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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지윤이 온전히 자신의 색깔을 담은 새 음반을 들고 팬들을 찾았다. 앨범 ‘꽃, 다시 첫 번째’가 그것. 6년 만에 복귀에 나선 박지윤은 시간이 내린 성숙함을 자연스레 드러낼 줄 아는 ‘진짜 성인’이 됐다.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6년 만에 복귀에 나선 박지윤.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인생의 시련은 잔인한 경험이지만, 그 시련을 이겨냈다면 그만큼 삶은 온전해지는 법이다. 박지윤은 시련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었다. 위로의 눈빛으로 공백기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는 기자에게 그녀는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인생은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배워가며 사는” 것이며, “시련은 큰 가르침을 준다”고 했다. 그녀는 과거의 일로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 최근 6년 만의 새 음반 ‘꽃, 다시 첫 번째’를 발표한 박지윤과 5일 오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카페 ‘뜨레’에서 만났다. 패셔니스타인 박지윤은 검정 스키니진에 점퍼를 입고 페도라를 쓰고 나타났다. 나무로 된 긴 탁자 위에 화이트 와인이 놓였고, 박지윤은 노트를 펼치며 기자의 눈을 응시했다. ● “시련은 내게 가르침을 줬어요.” - 지난 쇼케이스에서 지난 6년의 공백을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 했다. “항상 바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많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내가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늘 내게 일이 주어져 있었고, 누군가 만들어준 일정과 알려준 길을 따라 걸어왔었다. 그런 것에 길들여져 있다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나 자신이 놀랍기도 하고 너무 한심스러웠다. 그제야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를 찾게 됐다. 그 사이 6년이 흘렀다.” - 무엇이 힘들게 했나.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이 안(연예계)에 있는 사람들, 밖에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래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못했다. 어느 사회에서나 몸이 힘든 것보다 사람의 관계에서 힘든 것이 견디기 힘들지 않나. 별다른 이유도 없이…, 너무 많이 다수의 사람들한테 공격을 받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힘이 든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정말 힘들었다. 또 단순히 ‘힘들었겠구나’라고 말(위로)을 들어도 너무 억울하다. 그냥 힘이 든 건 아니었다.” - 연예계를 떠나려고도 했었나. “한 때 그랬다. 다 포기하고 싶었다.” - 힘들었어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나. “다시 겪으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 시간들이 저한테는 그래도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박지윤이 있는 것 같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팠던 만큼 나한테 많은 걸 준 시간이었던 같다.” - 무엇으로 힘듦을 극복했나.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랑, 절대자와의 사랑, 주위 친구들.” - 자신을 둘러싼 루머는 왜 생겨났을까. “아무래도 밖으로 비쳐지는 이미지, 외모에 따라 그런 게 아닐까. 그땐 워낙 섹시가수로서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으니까. ‘성인식’부터 ‘할줄 알어’까지 가사 (선정성)논란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앨범들이 섹시한 콘셉트였으니까.” - 섹시가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괴소문에도 시달리지 않았을 텐데. “잘 모르겠다. ‘성인식’으로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노래가 히트를 쳤었다. 나쁘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게는 중요한 ‘스토리’이고. 당시엔 재미있었고 또 열심히 했다.” ●“인생은 언제나 굴곡이 있게 마련이죠” - 음반을 준비하다 한번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쿠스틱 음악에 대해 고민과 주위의 반대도 많았을 텐데. “음악을, 가수를 안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3년을 보냈다. 회의가 들었고. 또 성격상 맞는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사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 싫어하고, 주목 받는 것 싫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색하다.” - 열여섯에 데뷔했으면 그 성격도 바뀌었을 법 한데. “그때는 어린 나이에 연예활동 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아 힘들었다. 더욱이 예술고가 아니었기에 학교 사람들이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도 늘 주목받는 게 부담스럽고 싫었다.” - 옛 회사에서 음반을 만들었다가 내지 못하고, ‘비천무’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방영됐다. 게다가 괴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는데. 자신이 너무 운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고, (인생은)언제나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갑자기 잘 되는 게 무섭다. 항상 잘 됐다면, 과연 지금의 박지윤이 있을까 싶다. 인생은 배워가며 사는 것 아닌가. 시련이 없으면 배울 수도 없고, 시련은 큰 가르침을 준다 생각한다.” - 그래도 ‘비천무’가 상당부분 잘려나간 건 좀 아쉽다. “어떤 작품이든 (평가기준이)반드시 시청률이 기준이 아니다. 나름대로 ‘비천무’를 통해 많은 걸 얻었다. 사람들의 판단,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음반이)많이 팔리고, (드라마가) 잘 되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얼마나 소신 있게 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작품이 잘 안됐더라도 배우가 빛이 나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들은 그걸 안다. 물론 내 선택을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지만 당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한다.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겠지만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 사고방식이 꽤 긍정적이다. “꼭 그렇지 않다. 항상 근심걱정이 많다. 무슨 일이든 잔걱정이 많다.”(웃음) ●“‘아티스트’란 칭호, 아직 갈길이 멀어요” - 새로 만든 음악이 꽤 어울린다. “감사하다. 음악관련 블로그 등을 보면 거의 평가가 좋다. 넬, 루시드폴의 팬들은 ‘왜 박지윤에게 곡을 줬을까’ 시샘어린 눈으로 봤던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음악이 잘 어울린다’ ‘소박하게 담아낸 것들이 진심 어리게 느껴졌다’, ‘박지윤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듯하다’는 글을 봤다.” -루시드폴, 김종완에게 곡을 받기 어려웠을 텐데. “곡을 다른 가수들에게 잘 안주시는 분들인데 운이 좋았다. 루시드폴은 김용린을 통해 알았다. 김종완은 알고 보니 중학교 선배였다. 곡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내 노래를 들어보시고 흔쾌히 주셨다.” - 애초 추구했던 음악 스타일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음악은 솔이었고, 로린 힐을 좋아했다. 빠른 곡보다는 우울한 노래가 더 좋았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담백한 음악이 좋아졌고, 몇 년 전 데미안 라이스를 듣고 브릿팝에 빠져들게 됐다.” - 방송에서 6년 만에 마이크를 잡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떨리고 또 좋았다. 특히 앨범 발표 이틀 후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급상승곡’ 차트에서 타이틀곡 ‘바래진 기억에’가 1위를 한 것을 비롯해 9곡 모두-인트로까지 포함-차트에 들었다. 감동스러워 그 화면을 캡처했다. 나 혼자의 앨범이 아니었던 만큼 걱정도 많았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다음 앨범이 걱정되기도 한다.” - 세 곡을 작사, 작곡했는데, ‘아티스트’란 칭호가 어떤가. “아직 갈 길이 멀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스포츠동아 인기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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