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감도’의 원숙한 배우 배종옥 ‘노출연기? 변신 아닌 도전’

입력 2009-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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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깜짝 놀랄 만한 도전.’ 배종옥이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오감도’를 통해 농염함이란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스크린 밖에서도 그녀는 박사 학위 논문을 완성한 학구파 배우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게 배우의 삶… 원숙한 연기자의 여유로움, 철저한 자기 관리죠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사진기자에게 묻는다.

“어디서 찍죠? 의상은 어떤 게 좋을까요?”

특유의 청량한 목소리로 밝게 웃는 얼굴.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내자 또 한 잔을 권했다.

“많이 안 마셔요.”

배우 배종옥에게서는 원숙한 연기자의 여유로움과 철저한 자기관리의 자세가 살짝 내비쳤다. 이 여배우는 자신의 직업이 지녀야 하는 혹은 지닐 수 밖에 없는 이미지를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배종옥은 9일 개봉하는 영화 ‘오감도’(제작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컬처캡미디어)에서 그 원숙함의 절정과도 같은 이미지를 발산해낸다.

허진호, 민규동, 유영식, 변혁 등 5명의 감독이 각각 ‘에로스’를 주제로 한 편씩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낸 영화 속에서 배종옥은 유영식 감독의 에피소드 ‘33번째 남자’에 김민선, 김수로 등과 출연했다.

괴팍하고 까다로운 신인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자 신인 김민선에게 최대의 요염한 매력을 갖게 해 그를 유혹, 굴복시키려는 여배우 역할이다. 전작인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이어 극중에서 또 다시 여배우 역을 맡게 됐다.

영화 속에서 배종옥은 전례없는 노출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것은 ‘변신’의 이름이 아니라 원숙한 여배우로서 또 다르고 색다른 도전이라 할 만하다.

“그런 역할을 해보지 않아서 더욱 재미있었다. 또 영화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캐릭터만 강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아이디어가 재미있더라. 노출 연기? 감독이 잘 찍어주었다.”


○에로스란 무엇일까.

“신들의 짓궂은 장난?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그 순간만은 마비가 되는 것. 하지만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크린 밖에서도 그녀는 박사 학위 논문을 완성한 학구파 배우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원한 사랑은 없을까. 그러고 보니 여전히 솔로다.

“인연을 믿는 편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건 인연이다.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물음표를 붙이기도 한다.”


○우연히도 잇따라 여배우를 연기했다. 여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여배우들에 대해 언론매체들이 너무 과장하고 화려하게 포장하는 건 아닐까. 딸은 내가 배우인 줄 잘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일상에선 누구로부터도 자유롭게 살아간다. 배우란 개인의 영역이 해체당하기도 한다. 개인의 영역이 노출당하는 이면에는 구속되지 않고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배우란 그렇게 사는 건가보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에서 샤론 스톤은 ‘집에 있을 때는 시간을 조절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말한다. 실감이 나는 말이다.”


○배우로서 대중에 구속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난 사회봉사를 많이 하려는 편이다. 얼마 전 모금행사에 참여했는데 100명이면 100명, 선뜻 기부해준다. 그럴 땐 내가 배우인 게 행복하다.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지 못할 때 구속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보다는 신인들이 더 할 것이다. 너무 몰라봐도 그렇지 않을까. 평소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질끈 맨 채 돌아다니기도 한다. 자유로운 편이다. 그게 내 일상이 된 것도 같고.”


○대중은 배우에 대한 환상도 갖고 싶어 한다.

“그럴 것이다. 또 배우는 그런 환상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난 그걸 즐기려 하는 지도 모른다.”


○스스로 배우인 게 좋은가 보다.

“그렇다. 젊은 친구들이 배우를 시작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모든 삶은 다 어려운 것이다. 배우여서 그런 게 아니라. 배우란 괜찮은 직업이다. 좋은 작품을 만나 혼신의 힘을 다한 뒤 한 두 달 휴지기를 갖는다는 것. 규칙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은 가질 수 없는 것 아닌가.”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가.

“그렇다. 연기의 영역이 넓어지고 다양해질수록 그렇다.”


○차기작은.

“아직 정한 건 없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다음엔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꼭 그런 작품의 제안을 받곤 한다. 지난 두 달 동안 감기가 끊이지 않아서 우선 몸을 좀 추스르고 싶다. 건강을 위해. 생각해보면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아픈 몸에 미안할 뿐이다. 감기가 나을 즈음 또 걸리고. 보약도 먹고 운동도 하고 있다.”


○아플 때 누가 옆에 있다면 덜 힘들지 않을까.

“아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아무도 없는 게 편하더라. 지금도 별 생각이 없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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