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시댁서만난쥐…어린시절‘쥐와의전쟁’추억새록

입력 2009-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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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시어머니께선 연세가 있으신 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만큼은 약도 덜 치고 건강에 좋은 걸 먹이고 싶다며 늘 이것저것 농사지어서 보내주십니다. 그동안 받아만 먹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지난 주말에는 밭일을 도와드리러 시댁에 내려갔지요. 어머니를 도와 열심히 수확한 감자며 양파를 창고에 들여놓으려고 문을 열었는데, 어디서 ‘후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잽싸게 도망치는 녀석들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너무 놀라서 “엄마야!”하고 소리를 지르며 창고에서 뛰어나와버렸습니다. 어머니께선 무슨 일이냐며 달려오셨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저, 저기, 쥐, 쥐가 …”하면서 사색이 돼 쥐가 달아난 곳을 가리켜봤지만 날쌘 쥐는 말 그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종적을 감춘 뒤였습니다. 어머니께선 “창고가 워낙 낡고 허름해서 그런가, 작년에는 방충망도 전부 새로 했는데 어디서 그렇게 드나드는 건지. 쌀이며 감자며 다 갉아 먹어서 죽겠다, 죽겠어. 요즘 쥐들은 얼마나 영악한지 쥐약을 놔도 소용이 없고, 쥐덫에 잘 걸리지도 않아요. 내가 지난번에도 요놈 자식들 잡으려고 하루 종일 창고를 지켰는데도 못 잡았다”라며 한숨만 쉬시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살 때만 해도 집집마다 쥐와의 전쟁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쥐가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집들이 쥐를 잡으려고 고양이를 키울 정도였는데 쥐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별로 소용이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입식생활이 아니다 보니 아침에 부엌에 나가면 제가 쥐를 보고 소리 질렀던 것처럼, 저희 엄마도 소리를 지르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쥐는 부엌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천장까지도 온 가족을 끌고 다니며 난리를 부리는데, 불을 끄고 잠을 자려고 하면 이때다 싶었는지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다다다다닥’ 하는 소리는 기본이고, 찍찍거리면서 우는데 머리 위에 쥐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아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죠.

엄마와 아버지는 쥐가 시끄럽게 돌아다닐 때면 기다란 작대기로 천장을 두드리곤 했는데요, 이놈의 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음박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흙벽을 뚫고 천장에 들어간 쥐를 꺼낼 방법이 없어서, 저녁이면 꼼짝없이 소음에 시달려야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는지 사과궤짝을 들여놓으시고는 그 위에 올라가 천장에 못질을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궁금한 마음에 뭐하시는 거냐고 여쭈자, 아버지는 “오늘로 이놈의 쥐들은 다 끝장이다!”라고 씩씩거리면서 비장한 각오로 못질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천장에 못을 박아 놓으면 쥐들에게 걸림돌이 생겨서 덜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 온 식구가 기대에 부풀어서 잠자리에 누웠고 저 역시도 이제부터는 푹 잘 수 있겠지 하고 눈을 감았는데요. 이게 뭔가요, 못에 찔려 꼼짝도 못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움직임은 조금 둔해졌지만 쥐들은 여전히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아무래도 워낙 쥐가 작다보니 쥐에겐 엄청 넓은 운동장으로 여겨질 천장에 아무리 못질을 해놨어도 그 사이를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었나 봅니다.결국 목이 뻣뻣해지도록 천장에 못질을 한 아버지의 수고는 헛수고로 돌아갔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는 밤마다 쥐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다음번에 시댁에 내려갈 땐 창고에 못질을 할 수는 없겠지만, 시멘트를 사가지고 가서 쥐가 드나드는 구멍도 막아드리고, 어머니의 낡은 창고 정비도 좀 해드려야겠습니다.

대구광역시|이현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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