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문화프롬나드] ‘달하’, 내년에도 볼 수 있겠니?

입력 2009-10-18 19: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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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와 춤을 섞는다는 아이디어는 조금도 새로울 게 없다. 실제로 기자가 초등학교 때(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다니던 태권도장 사범님이 “어제 태권도를 춤으로 만든 것을 보고 왔노라”했던 기억이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경기도립무용단의 ‘태권무무 달하’ 역시 그렇고 그런 공연쯤으로 생각했다. 굳이 참신한 점을 찾아야 한다면 태권도와 춤을 묶되, ‘우리 춤사위’에 접붙여놨다는 정도일까.
어쨌든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연 시작 전 순환버스를 타고 오른 남산타워의 전망에 더욱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1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태권무무 달하’에 기자는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었다. 종내는 태권무인팀이 수도 없이 부숴버린 판자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태권도에 단순히 춤만을 얽었다기보다는 태권도를 중심에 놓고 주변을 온갖 다양한 장르로 꽁꽁 에워싼 느낌.

‘작정하고’ 만든 듯한 춤사위는 말할 것도 없고, 1시간 40분의 공연타임 내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만큼 스펙터클한 무대가 이어졌다. 붉은 천으로 휘감은 불의 신, 커다란 날개를 펴 든 인간 공작, 요염하면서도 위험천만해 보이는 뱀, 여기에 대형 미르(용) 형상에 이르기까지 ‘태권무무 달하’는 한 편의 장대한 종합장르 퍼포먼스였다.

볼거리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생각할 거리’가 다소 감퇴한 점은 옥의 티. 극의 중심에 놓여 있어야 할 두 남녀 주인공(이날은 이동준과 오지혜였다)의 2인무가 밋밋하게 느껴진 점도 아쉽다.

날아오르고, 튀고, 부수는 화끈한 액션신 뒤에 곧바로 나긋나긋한 연인의 2인무를 붙여 놓은
것은 역시 무리였던 걸까. 어쩐지 맥주 한 잔을 원샷하고 난 뒤 다시 물 한 컵을 집어 드는 느낌이다.

경기도립무용단의 ‘태권무무 달하’는 지난해 있었던 동명의 공연을 손질하고 업그레이드해 다시 무대에 올린 공연이었다. 더욱 새로워지고, 더욱 견고해진 ‘태권무무 달하’는 아무래도 조흥동 총감독의 힘이지 싶다. ‘태권무무 달하’를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날 정명훈의 독수리는 주인공 이동준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막이 내려갈 때 관객의 박수는 독수리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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