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신동엽 “입으로 먹고 살던 내가, 요즘 귀로 먹고 산다”

입력 2012-03-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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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의 상승세에 이어 SBS ‘강심장’의 새로운 진행자로 발탁되며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제2의 전성기 맞은 MC 신동엽, 그가 다시 잘 나가는 이유

‘불후의 명곡’선 아이돌 노래에 귀가 호강
‘안녕하세요’선 시청자 사연에 귀를 열어

리얼 버라이어티 왜 안 하냐고? 내 성대에 물어봐라
소리 지르며 진행, 도저히 못 버틸 것…하하

새 ‘강심장’ 부담? 방송 한 두해 한 것도 아니고
억지로 갈아엎기보다 그냥 물흐르듯이


“행복하다. 진심으로.”

1991년 데뷔 이후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개그맨 신동엽(41)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거짓말 같았다. 조금 가식처럼 들리기도 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가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예능 1인자’의 자리를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내주었다. 또한 몇 년 사이 여러 가지 송사와 사업 실패로 적지않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리막길이 있으면 언젠가 오르막길을 만나듯, 신동엽에게도 다시 오르막길이 찾아왔다. 그가 진행을 맡은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는 초반 부진을 딛고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위성 채널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도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4월부터는 SBS ‘강심장’에서 연기자 이동욱과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전성기가 맞고 있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얼마전까지 겪은 몇 번의 시련은 신동엽에게 진정한 행복이 과연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자신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데뷔 이후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행복해 보이려고 사는 건지, 정말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건지 몰랐다. 이제야 진짜 행복이 뭔지 알게 됐다.”

○‘강심장’ 강호동 빈자리 부담?…“방송 1, 2년 하는 것도 아닌데”

-‘강심장’ 진행자 제안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고마웠다. 프로그램 진행을 제안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뜻이니까.”

-‘강심장’의 진행을 수락한 이유는.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포맷이 나와 잘 맞다. 그리고 ‘강심장’ 연출자가 전에 이영자와 함께 출연한 ‘기분 좋은 밤’의 조연출이었던 인연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전임 진행자 때문에 부담스런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내가 방송을 한, 두해 한 것도 아닌데…. 어떤 프로그램이든 바통을 이어 받는 기분은 비슷하다. 과거 ‘해피투게더’ 진행을 하다 물러난 뒤 그 뒤를 유재석, 김제동, 이효리 씨가 이어 갈 때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내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전임 강호동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가장 급한 과제일까.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강호동의 색깔을 지우는 것도, 내가 다른 색깔을 입히는 것도 억지스럽지 않아야 한다.”

○짜릿한 귀호강 ‘불후의 명곡’, 경청의 소중함 알게 한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과 ‘안녕하세요’가 요즘 뒷심이 세다.

“제작진의 힘이 크다. 나는 그저 옆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 나도 두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아이돌 가수와 하는 ‘불후의 명곡’은 어떤가.

“가수들의 에너지를 옆에서 전달받으며 나 역시 짜릿함을 느낀다. 사실 그전까지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집중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불후의 명곡’을 하면서 다시 보게 됐다. 화려한 무대 뒤에 숨은 노력을 보면서 뭉클할 때가 많다.”

-‘안녕하세요’가 뚝심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 조금 의외다.

“‘안녕하세요’는 과거에 기획했으면 100% 망했을 거다. 그런데 달라진 시청자의 인식이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

-시청자의 인식 변화라는 건.

“전에 기자가 뉴스 인터뷰를 따려고 서울 명동에 가면 모두 피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시청자를 안으로 끌어들이는 프로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대중 스스로 나오는 추세가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안녕하세요’의 힘은 뭘까.

“공감과 치유다. 행복은 상대적이지 않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같지만, ‘안녕하세요’를 보면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치유 받게 된다. 고민을 들고 나오는 사람도, 그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도 치유되는 거다.”

-컬투, 이영자, 신동엽의 수평적인 진행이 ‘안녕하세요’의 힘이 아닐까.

“컬투, 이영자, 나 모두 주도적으로 프로를 이끄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말하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듣기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안한다는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아픈 얘기일 수 있지만 신동엽의 전성기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등장과 함께 내리막길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신동엽과 상극일까.

“리얼 버라이어티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 소리를 질러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내 목이 버텨내지 못한다. 선천적으로 기관지와 성대가 약하다. 성대가 좋아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부러울 때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예능 대세로 늘 강호동과 유재석이 거론된다. 솔직한 기분이 어떤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몇 년 동안 방송에 집중하지 못했다. 사업에 정신이 팔려 있기도 했고, 신경 쓸 일들이 많았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노력이 뒷받침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노력에 대한 평가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전 소속사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았다.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꾸 그런 일로 이슈가 되는 것이 속상하고 죄송하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일 뿐 문제 될 것이 없다.”

-사업에 집중하면서 방송활동이 많이 흔들렸다고 생각하나.

“당시는 완벽히 분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어느 한 곳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실패도, 배신도 경험했지만 덕분에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 동안은 행복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랬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만 중요했다. 정작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모르면서. 그런데 요즘 방송에 전념하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싫다.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젊음과 바꾸고 싶지는 않다.”

○아빠 신동엽, 남편 신동엽 “제 점수는요”

-아빠, 남편 신동엽의 삶도 행복한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아들, 딸을 보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산다.”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인가.

“90점짜리 아빠다. 같이 놀아주는 시간이 많다고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정말 친구 같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크길 바라나.

“쓸데없이 공부만 시키고 싶지는 않다. 교육에 속박된 아이들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멋있게 사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

-아내인 선혜윤 PD에게도 좋은 남편인가.

“역시 90점짜리 남편. 경제권을 다 줬기 때문?(웃음) 우리 둘은 같이 있으면 웃을 일 밖에 없다. 일 얘기는 거의 안하고 사는 얘기, 애들 얘기 하면서 하하호호 수다 떠는걸 좋아한다.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내 덕분이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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