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현진, 드라마 덕에 떴다? 떠야 할 배우가 떴다!

입력 2016-07-04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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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현진(32)의 똑부러지는 말투를 듣다가 ‘저 여자와 말로 싸우면 100% 질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서현진의 발성과 발음은 또렷하고 생각은 논리정연하다.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이 분한 보통 오해영도 비슷했다. 잘난 동명의 오해영(전혜빈) 때문에 기 죽어 살아야했던 보통 오해영이지만 그녀는 개명으로 현실을 피하기보단 정체성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간다. 실제로 만난 서현진도 보통 오해영과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말투 그대로 조곤조곤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오해영’을 통해 크게 주목받았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제 입지가 크게 달라질 거 같지는 않아요. (웃음) 달라지면 좋겠지만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촬영장 자체가 좋거든요. 지금 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고 사랑이 사라질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죠. 근데 인생이 그래야 재미있지 않을까요. 차기작으로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행복할 거 같습니다. 특히 전문직 캐릭터는 그동안 한 번도 연기한 적이 없어서 꼭 해보고 싶긴 해요. 말로 상대방을 구슬리는 사기꾼 같은 거요. 말로 누군가를 속이거나 콧대를 눌러줄 수 있는 검사나 변호사도 좋겠어요. 아!근데 사기꾼도 전문직 맞죠?”

보통 오해영을 가장 사랑한 사람은 박도경(에릭)도, 엄마 황덕이(김미경)도 아니다. 바로 오해영 자기 자신이다. 서현진도 촬영 내내 캐릭터와 ‘또 오해영’ 작품에 푹 빠져있었다. 그는 “나를 포함한 우리 출연자들이 ‘또 오해영’ 최고 애청자라 자신한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몰랐어요. 어떤 부분에서냐면요. 내가 대본을 보면서 웃고 울었던 데 시청자가 함께 공감한다는 게 좋더라고요. 오해영이 저와 비슷한 또래라 더 공감한 걸까요? 오해영은 자존감, 사랑으로 구성된 캐릭터죠. 자존감이 낮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인간의 모습이잖아요. 우리가 해결해야할 숙제이기도 하고요. 오해영의 그런 부분들을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연애 부분에 있어서는 ‘서현진 연애의 민낯을 다 보여주자’를 목표로 했죠. 제 민낯을 보여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사람인지라 연기하면서 창피한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용기 냈어요. ‘또 오해영’은 그동안 제가 찍었던 작품 중 가장 거짓 없이 연기한 드라마죠.”


‘서현진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말을 통해 그녀의 연애방식이 궁금해졌다. 그는 “답답한 스타일”이라고 정리하며 “해영이는 조금 주책없죠”라고 답했다.

“연애할 때 솔직한 게 좋아요. 예전에는 연애는 곧 결혼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으니까 결혼을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을 못 만나겠어요. 저는 고백을 하는 편도 고백하게 만드는 편도 아니에요.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좋아해주길 기다리는 스타일이죠. 얼마 전에 지인이 결혼하면서 저를 굉장히 걱정해줬어요. 오해영을 이해 못 한 부분은 없지만 해영이는 남자한테 눈이 멀었죠. (웃음) 주책없다. 스태프들도 딸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할 정도였죠. 하지만 촬영하는 내내 ‘나도 오해영처럼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자들이 애인에게 해보고 싶었던 행동, 상상으로만 내뱉었던 말을 오해영은 현실로 하지 않나요. 드라마를 모니터링하면서 제가 연기한 걸 보고 엄청 웃고 있더라고요. 박도경과의 로맨스가 정말 좋았나봐요. 해영이에게 많이 공감했던 시간이었어요.”

‘또 오해영’은 연속극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 정도로 자리한 서현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대표작임에 틀림없다. 2001년 아이돌 그룹 밀크에서 시작해 2006년 배우로 전향, 이후 지금 자리에 있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 세월동안 서현진에겐 방황한 시기가 더 많았고 그녀는 “찬란한 시절”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4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무용을 했었는데 고1때 길거리 캐스팅됐고 무용을 그만뒀죠. 그때 제가 왜 그렇게 과감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팔자라는 게 있나봐요. 하지만 소속사에 들어간 후 저는 무용을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서 울었어요. ‘왜 나 그만둘 때 안 말렸냐’고요. 제 의지였지만 후회 됐던 순간이긴 하죠. 지금은 찬란한 시절이라고 추억하고 싶어요.”



배우 한예리와 중·고등학교 동창인 그는 한예리가 여전히 무용수로서 연기활동을 겸하는 걸 부러워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무용을 할 때 자기만족도가 높았다. 연기도 마찬가지더라.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연기자로서의 탄탄한 미래를 그려나갔다.

“저는 작품 활동을 쉬면 불안했어요. 하지만 선배들은 ‘소비된다’며 저를 걱정했고 ‘무대에 서기’를 권했습니다. 그래서 뮤지컬에 도전했죠. 작년에 뮤지컬 ‘신데렐라’를 하면서부터 직업란에 배우를 쓸 수 있었어요. 연기자라고 자각하기 위해 무대에 선 건데 무대에 서보니 책임져야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연기자가 지녀야할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죠. 그동안 저는 슬럼프를 극복한 적이 없어요. 다른 일을 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시간을 보냈고 또 그냥 시간을 보내면 제가 초라해지니까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뮤지컬 무대에서도 조금씩 활동해온거예요. 물론 시간이 해결해주진 않더라고요. 상처는 여전히 제 안에 여전히 있어요. 다만 지금도 저는 직업이 있어서 다행이고, 다행히 배우로 벌어먹고 살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죠. ‘식샤를 합시다2’를 통해 연기자로서 한 발 더 내디뎠고 뮤지컬을 하면서는 저만의 내공을 쌓았어요. 이번 ‘또오해영’을 제 인생 작이라고 평가해주시는데요. 부담스럽긴 해도 어쨌든 사람들이 기억 해주는 캐릭터를 만난 건 연기 인생에 있어 감사할 일입니다. 평생 못 만날 수도 있잖아요. 오해영을 극복하는 건 제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인 거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점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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