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독한 사이다] 한동철 국장, 101명 소녀들 기분 나쁘게 ‘야동’이 뭡니까

[곽현수의 독한 사이다] 한동철 국장, 101명 소녀들 기분 나쁘게 ‘야동’이 뭡니까

케이블 채널 Mnet ‘프로듀스 101’을 만든 한동철 국장이 다시 한 번 ‘구설수’(口舌數)에 올랐다. 이번에는 문자 그대로 입 때문에 화를 불렀다.

한동철 국장은 최근 하이컷과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 101’을 여자 버전으로 한 것은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그는 이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비의 무대 영상이 여자들에게 야동이었다고 한다.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이 ‘프로듀스 101’ 남자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일자 한 국장은 22일 ‘프로듀스 101’을 야동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라는 표현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한 국장은 ‘쇼미더머니’ 시리즈, ‘프로듀스 101’ 등을 통해 만드는 작품마다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쇼미더머니’에 대한 비판이 이어질 때에도 힙합이라는 장르가 이토록 관심을 받은 ‘쇼미더머니’의 공로임을 강조해 왔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 101’ 역시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서열 매기기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지만 데뷔 기회를 얻지 못하는 연습생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는 묘한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한 국장의 행보에 본인 스스로 기름을 끼얹어 불을 붙였다. 101명의 연습생들을 모아 경쟁을 시킨 것도 모자라 ‘야동’이라는 부적절한 단어 선택으로 소녀들의 꿈을 응원한 시청자(혹은 국민 프로듀서)들을 잠재적인 관음증 환자로 만들어 버린 것.

물론 그의 공식입장 속 말처럼 ‘눈을 뗄 수 없는 강력한 콘텐츠’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일종의 비유법을 썼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끝까지 다 보고나면 남는 게 없고 허무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그래도 한 국장은 방송가에 작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단어를 고르고 골랐어야 했다. 왜 그 수많은 단어 중에 하필 소녀들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았다는 ‘프로듀스 101’을 ‘야동’으로 지칭하나. 듣는 소녀들 기분 나쁘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동아닷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