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조두순 출소 벌써 3년 앞, 그들의 눈물은 여전한데…

입력 2017-11-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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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원’. 사진제공|필름모맨텀

15. 소원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안건이 연일 이슈다.

아동을 상대로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12년형을 선고받아 2020년 출소하는 조두순을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으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이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참여(28일 현재·57만7300명)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영화는 현실을 담고, 현실은 때때로 영화를 좇는다. 조두순 출소 반대 여론은 2013년 영화 ‘소원’에서 이어지는 상황처럼 보인다. 극 중 피해 아동 가족이 외쳤던 “12년 뒤면 우리 애가 몇 살인데!”라는 울부짖음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 엄지원이 주연한 ‘소원’은 2008년 12월 경기도 한 소도시에서 일어난 조두순 사건을 다룬다. 문구점 외동딸인 소원이는 비 오는 날 아침 혼자 등교하다 술에 취한 가해자로부터 믿을 수 없는 피해를 당한다.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상처 입은 소원이네 가족의 모습에 주목한다. 끔찍한 상처를 털어낼 새 없이 가혹한 과정이 이들 앞에 놓인다. 힘없는 부모는 자꾸만 무너져 내리려는 마음을 다잡고 어린 딸을 지켜낸다. 다행이 가족 곁엔 따뜻한 이웃이 있다.

‘소원’은 사건을 겪은 피해 가족이 그 사건 뒤에도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일상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더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지도 담는다. 피해 가족에겐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또 다른 이들에겐 공감과 반성의 마음을 일으키는 영화다.

국민청원이 뜨겁지만 조두순에 대한 재심 가능성은 낮다. 영화에서 아버지 역의 설경구는 이런 대사를 읊는다. “상처 입은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고통은 여전히 피해자만의 몫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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