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탱고’ 으악! 서예지 복귀로만 끝난 ‘이브’ [TV종합]

입력 2022-07-22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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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몰살시킨 이들을 향한 한 여자의 가스라이팅 복수극이 ‘졸작 서사’로 마무리됐다.

21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 16회에는 친부모와 가짜 모친까지 살해한 이들을 향한 이라엘(서예지 분) 인생을 건 복수 결말이 끝났다.
이라엘과 강윤겸(박병은 분)이 사랑을 재확인한 순간, 한소라(유선 분)와 김정철(정해균 분)은 이라엘을 살해하고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김정철은 강윤겸 눈을 피해 이라엘을 공격했지만, 결국 강윤겸에 의해 사망했다. 한소라는 김정철 계획이 실패하자, 이라엘을 납치해 경악스러운 광기를 터뜨렸다. 이때 강윤겸은 서은평(이상엽 분)과 함께 이라엘을 구한 뒤 지옥 같은 상황을 끝내고자 한소라와 동반자살을 택해 충격을 안겼다. 이에 강윤겸은 즉사했고, 소라는 스스로 불행한 기억을 모두 지우는 중증 므두셀라증후군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그런 가운데 한판로(전국환 분)는 딸 한소라에 의해 자신이 만든 지하감옥에 갇혀 죽음을 맞이했다. 이윽고 비서 문도완(차지혁 분) 증언으로 한소라, 한판로, 김정철 악행이 만천하에 알려졌고, 가족을 파멸시킨 이들을 향한 분노를 품은 채 13년간 설계해온 이라엘 복수는 끝이 났다.

이후 이라엘은 마음의 분노를 모두 지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강윤겸과 함께 가기로 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났다. 이어 서은평 또한 이라엘을 만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행을 택했다. 엔딩에서는 강윤겸이 남긴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이라엘 모습에 이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결실을 맺은 듯 강윤겸과 행복하게 탱고를 추는 이라엘 상상이 졸작 ‘이브’의 끝이었다.

어렵게 작품을 마루리한 제작진. 이에 ‘이브’가 남긴 것을 제작진이 자체적으로 정리했다.



● 서예지 복귀, 박병은·유선·이상엽만 열연
여러 의혹으로 구설에 휘말린 서예지는 ‘이브’를 통해 복귀했다. 이런 서예지와 함께하는 박병은, 유선, 이상엽 열연이 안타까울 지경. 서예지는 극 중 가족을 몰살시킨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생과 사랑을 모두 내던진 이라엘 역을 맡아 등장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메이크업과 패션으로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반면 박병은, 유선, 이상엽은 각각 이라엘을 만난 후 사랑에 빠져 위험한 선택을 한 기업 LY의 최고 경영자 강윤겸, 화려한 겉모습 속에 정서적 불안과 남편에 대한 집착을 지닌 여자 한소라, 이라엘을 지키기 위해 복수에 동참하며 적극적인 조력을 펼친 대통령 비서실장 서은평으로 각각 분했다. 작품 외적으로 부담스러운 시선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 새 배우 열연은 ‘이브’라는 졸작에서 안타까울 지경. 캐릭터 개연성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세 배우는 누구보다 열연을 펼쳤다.

● 졸작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개연성 상실한 전개

‘이브’는 매회 ‘졸작 서사’를 구현하는 충격적인 작품으로 통했다. 복수라는 큰 틀이 무색하게 작품 전체 틀은 엉망진창. 복수라는 설정 빼고는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괴물에 가깝다. 광기와 집착만 있는 캐릭터들 집합소. 복수를 위해 여러 사람을 가스라이팅 하면서 꼭두각시처럼 이용하는 이라엘 캐릭터는 마치 전지전능에 가깝다. 힘과 돈을 모두 쥔 이들을 향해 한 여자가 벌일 수 있는 복수 서사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특히 강윤겸, 서은평 두 남성 캐릭터는 ‘호구’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한소라·한판로 ‘부녀 빌런’에 가려져서 그렇지, 이라엘 역시 악인이다. 타인의 마음을 조정하고 복수에 이용하는 괴물. 그렇기에 가면 속 얼굴을 아는데도 이라엘에게 미친 두 남성 캐릭터는 이라엘을 사랑한 게 아닌 광기와 집착으로 소유하려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끝은 ‘상상 탱고 엔딩’이었지만.


● 흔한 졸작에서 ‘당연하다’는 식의 메시지

‘이브’ 제작진은 ‘악인의 최후’라며 인과응보, 권선징악을 이야기했다. ‘이브‘에서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이 구분될까. 그냥 악한 자와 더 악한 자가 존재할 뿐이다. 선한 인물을 굳이 찾으라면 서은평뿐이다. 다만 그 역시 이라엘 복수극에 동참했으니 절대적인 선은 아니다. 그저 한 여자에 미친 한 남자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브’가 방영 내내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인생 이렇게 살지 말자’다. 그 문제적인 인생은 이라엘 인생도 포함된다. 이 작품 속 모든 인물처럼 살지 말고 ‘현생’을 살자는 게 ‘이브’ 메시지라면 메시지다.
작품이 좋았다면, 서예지라는 ‘미스 캐스팅’을 극복하고도 남았을 터다. 하지만 작품 내용도 엉망이고 주인공 캐릭터 매력도 떨어졌다. 부모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여자에 대한 연민보다, 그 여자가 보여주는 외적 모습이 웃음만 자아냈다. 극본도 엉망인데 연출까지 민망할 지경인 셈. 대체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이 무엇일까. 서예지 복귀를 위한 초석이라는 설명 빼고는 이해되는 부분이 없다. 그런 점에서 작품을 위해 수고한 다른 배우들 노고만 안타까울 지경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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