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수신료 받고 뉴욕 브이로그로 가!

입력 2019-12-11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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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수신료 받고 뉴욕 브이로그로 가!

최근 유튜브상에는 가감없는 일상을 공개하는 브이로그(V-LOG)가 유행이다. 몇 시간 동안 회사에 앉아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공개하는가 하면 하염없이 길거리를 걷는 모습도 콘텐츠가 되는 세상이다. 그래도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에서, 그것도 화요일 밤 10시 시간대에 브이로그를 보게 될 줄이야.

KBS2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지난 달 26일 첫 방송돼 벌써 3회차를 맞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예능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단순한 여행 리얼리티가 아닌 '걸어서 여행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실제로 정해인은 첫 회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 제작진을 만나 노하우를 전수 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큐 PD로의 첫 도전에 열의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회까지 공개된 현재 이 프로그램은 정해인의 소원 성취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회 동안 정해인은 쉼없이 뉴욕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영화나 미국 드라마 속에 익히 봐왔던 곳은 물론 실제 뉴요커들이 애용하는 가게 등을 직접 체험했다. 지난 방송에서도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레스토랑’에 방문하거나 그랜드 센트럴 역에 위치한 뉴욕 최대 규모의 굴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등 소위 핫 플레이스만을 골라 다녔다.

이어 정해인을 비롯한 3인방은 농구 게임에 몰두하는 등 누가 봐도 안락한 뉴욕 생활을 영위했다. ‘걷큐멘터리’라는 신조어까지 사용했지만 ‘다큐멘터리’의 흔적은 조금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예능으로 재탄생 시켰다. 그러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최대 장점인 현장감과 정보 전달력은 이미 사라졌다. 같은 방송국의 프로그램인 ‘배틀트립’보다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예능을 통해 여행을 떠났다.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이제훈 등이 그랬고 김남길, 이선균, 이상엽 등을 시베리아로 떠났다. 또한 이순재, 신구, 백일섭, 박근형 등 원로 배우들 역시 여행 예능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이들은 확실한 여행 예능을 표방하며 고생하고 헤매면서 그들이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했다. 그러나 걸어서 여행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그의 버킷 리스트 지우기에 불과해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여행 예능의 가장 큰 장점은 대리만족이다. 그런 면에서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는 충실히 기본을 따라간다”면서 “그러나 대리만족이 과하면 정보가 고픈 법이다. 기획의도와 달리 정해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우선 뉴욕이라는 여행지 자체가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기엔 호화로운 대도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여행을 한다는 개념보다 ‘뉴욕에 놀러갔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방송분을 봐도 그런 면이 있다”면서 “정해인의 말간 웃음은 이미 드라마에서 많이 보지 않았나. 그의 다른 면을 보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에겐 아쉬움이 남을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BS는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외에도 ‘씨름의 희열’, ‘1박 2일 시즌4’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KBS 예능에 활력이 생겼다는 점에 점수를 달라”고 말했다. 한 번 휩쓸고 지나간 유행을 도입해 늦은 감이 있지만, 과거 KBS 예능의 행보로 미뤄봤을 땐 분명 눈에 띌 만한 변화이긴 하다.

그럼에도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이뤄진 공영방송 아닌가. 동시간대의 예능에는 중계차를 동원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종합편성채널에서는 명실상부한 화요일 예능 강자가 나온 판에 정해인이라는 스타 한 명을 뉴욕에 보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KBS 예능의 미래가 아찔하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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