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스토리] ‘타구속도 10㎞↑’ KT 배정대, 자신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입력 2020-02-14 1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송구 훈련 중인 KT 배정대. 사진제공 | KT 위즈

거쳐 갔던 지도자들은 예외 없이 칭찬 세례를 아끼지 않았다.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흐릿해졌다. 외부 평가와 달리 스스로의 확신은 없었다. 유망주, 백업으로 보낸 몇 년. 배정대(25·KT 위즈)는 비로소 자신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진행 중인 KT의 스프링캠프. 이강철 감독과 이숭용 단장, 김강 타격코치에게 ‘가장 기대되는 야수’를 물으면 같은 답이 돌아온다. 이들의 시선은 모두 배정대에게 향한다. 배정대는 2014년 LG 트윈스에 2차 1라운드로 입단해 소속팀(신생팀 특별지명)과 이름(배병옥에서 개명)을 모두 바꿨지만 아직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 단장은 “지난 마무리캠프와 비교했을 때 타구속도가 10㎞ 가까이 올랐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의 결과다. 배정대의 얼굴은 한눈에 봐도 날렵해졌다. 스스로는 지난 겨울을 “프로 입단 후 가장 열심히 운동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지인과의 만남도 자제하며 몸만들기에 매진했다.

물론 지난 몇 년간 나태했거나 게을렀던 건 아니었다. 다만 스스로에게 맞는 훈련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배정대는 “그간의 노력은 좋은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몇 년간 타인의 칭찬에 만족하지 못했다. 칭찬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어야 했는데 인정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달라졌다. 스스로도 “올해는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의식의 변화는 훈련 과정의 성장을 낳았다.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에서 흘린 구슬땀은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타격시 손의 위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리는 중이다. 김강 코치는 “스윙 매커니즘이 정말 좋아졌다. 자신의 콘셉트를 확실히 알고 있다”며 “좋은 매커니즘에 적절한 타이밍까지 가미된다면 결과는 자연히 좋아질 것이다. 선수도 이를 아는지 이제는 타석에서 모습이 밝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KT는 지난해 외야수 김민혁을 1군 자원으로 발굴해냈다. 여기에 배정대까지 기대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김민혁~배정대~강백호로 이어지는, 리그에서 가장 젊고 강한 외야를 구축하게 된다. 배정대는 지난 몇 년간 타격에서는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음에도 수비력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올해 반드시 기회가 주어질 텐데, 이를 잡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배정대는 “과거에는 감독·코치님의 믿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제는 나를 위해, 그리고 팀을 위해 그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의식의 변화, 그리고 훈련 과정의 변화는 이미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제 배정대의 앞에는 결과의 변화만 놓여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