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 정심·오심 공개, 왜 긁어 부스럼 만들까?

입력 2021-06-2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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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대한축구협회는 K리그 매 라운드가 끝나면 공식 홈페이지 ‘Notice’ 코너를 통해 심판평가소위원회의 심판수행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심판행정 단일화라는 명목으로 심판 관리 및 관련 업무를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넘겨받은 지난해부터 거의 빠짐없이 전 경기의 판정 내역을 알려왔다.

이렇게 주요 경기 판정들의 정심·오심 여부를 외부에 알리는 것은 꽤나 이례적이다. 과거 프로축구연맹이 심판 업무를 담당할 때도 정심·오심에 대한 내용 평가를 공개한 적은 있으나, 개별 판정이 옳았는지의 여부를 지금처럼 상세히 알리진 않았다. 대개는 시즌 중반이나 시즌 종료 후 통계 수치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단 여기서 알아둘 것이 있다. 사실 전 세계 어느 프로리그에서도 정심·오심을 하나하나 오픈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심판행정을 협회가 총괄하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외치면서 이 부분만은 쏙 빼놓고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있다. 정심·오심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오히려 논란만 증폭되는 분위기다. 심판들과 평가위원들이 ‘정심’으로 평가했다고 해도, 판정 평가는 결국 주관적 영역이다. 협회가 ‘정심’이라고 올린 사안을 구단과 팬들이 ‘오심’이라고 반박하면서 새로운 논란들이 촉발되고 있다.

모호한 용어 선택도 아쉬운 대목이다. 협회는 ‘○○ vs ○○ 경기, 주요 상황판단 적절’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에 일부 논란이 된 경기에서조차 ‘주심 판단 존중’이라는 표현이 등장해 불필요한 화를 키우기도 했다.

축구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적절’이나 ‘존중’ 따위의 모호한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면 심판위원회가 아니라 차라리 ‘존중위원회’로 명칭을 바꾸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어쩔 수 없이, 또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평가 결과를 공지하는 느낌”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는 심판들에게도 맥 빠지는 상황이다. 인력 풀이 그리 넓지 않은 K리그 심판들의 이름은 대중에 노출돼 있다. 어떤 경기에 누가 배정됐는지,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만 살펴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인사평가서라고 할 수 있는 판정수행평가가 낱낱이, 또 일일이 공개되는 것이 즐거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판정에 대한 평가는 결국 심판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시키고 투명성을 최대한 높이자는 취지인데, 지금의 분위기에선 차라리 예전처럼 정말 심각한 사안인 경우 또는 오심이 확실한 경우에만 판정평가를 공개하되, 해당 심판들에게 어떤 징계가 있는지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행정을 굳이 강행할 이유는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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