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에 내 목숨을 건다 - 플랫폼게임(platform game, 플랫포머)

입력 2011-09-23 16: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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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대해 웬만큼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게임 장르가 있다. 격투게임, 슈터게임과 더불어 액션게임의 3대 축을 이루고 있는 플랫폼게임(플랫포머)이 그것이다. 플랫폼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수퍼마리오’, ‘동키콩’ 등 구체적인 게임을 열거하면 이내 무릎을 칠 것이다.

“아, 그 거, 물론 알지! 그런데 왜 그게 플랫폼게임이야?”

플랫폼게임은 말 그대로 플랫폼(발판)이 등장하는 게임이다. 이 플랫폼은 게임에 따라 바위로 만들어진 언덕일 수도 있고 건축물의 층이 될 수도 있다. 사용자는 이 플랫폼과 플랫폼을 쉴 새 없이 옮겨다니며 적을 무찌르고 장애물을 피한다. 이를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요소가 ‘점프’다. 플랫폼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점프 실력은 벼룩이나 방아깨비 못지 않아서, 자신의 키보다 2~3배 높은 곳도 점프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다. 점프에 실패해 플랫폼에서 떨어지거나 장애물과 충돌하면 체력이 줄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플랫폼게임에서 점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즉 점프를 사용해 플랫폼을 옮겨다니거나 장애물을 피하는 것이 플랫폼게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다른 게임 장르와 겹치게 된다. 예를 들어 MMORPG로 분류되는 ‘메이플 스토리’나 액션어드벤처게임으로 분류되는 ‘툼레이더’도 플랫폼과 점프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원칙적으로 정통 플랫폼게임은 액션게임의 하위장르지만, 넒은 의미에서의 플랫폼게임은 점프를 강조한 액션어드벤처게임, TPS(3인칭슈터게임) 등에 포함될 수 있다.


플랫폼게임의 범주가 애매한 탓인지 국내에서는 ‘파이널파이트’와 같은 비뎀업(beat’em up)게임과 묶어서 ‘횡스크롤 액션게임’이라는 어원불명의 용어로 불린다. 하지만 점프의 활용도 면에서 플랫폼게임과 비뎀업게임은 서로 다르다. 플랫폼게임의 점프는 중요한 이동 수단이지만 비뎀업게임의 점프는 공중 날라차기와 같은 공격 도구로 주로 쓰인다. 더구나 플랫폼게임 중에는 ‘요술나무(Magical tree)’처럼 상하로 진행하는 게임이 많아 횡스크롤이라는 말에 맞지 않는다. 플랫폼게임과 비뎀업게임은 진행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장르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



플랫폼게임의 하위장르

플랫폼게임이라고 해서 마냥 뛰어다니기만 하지는 않는다. 사방에서 등장하는 적을 제거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 적을 어떻게 쓰러트리냐에 따라 플랫폼게임은 다양한 하위장르로 나뉜다.


내 몸이 곧 무기, 합 앤 밥(Hop and bop)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방식은 육탄전이다. ‘합 앤 밥’이라고 부르며, 박치기를 하거나 머리 위로 점프를 해서 깔고 앉는 방식으로 적을 무찌른다. 수퍼마리오브라더스를 통해 대중적으로 자리잡은 이 장르에는 ‘동키콩 컨트리’나 ‘소닉더 헤지혹’ 등의 유명한 플랫폼게임이 다수 포진해 있다.



던지거나 쏜다, 런 앤 건(Run and gun)

원거리 무기를 이용해 적을 쓰러트리는 ‘런 앤 건’ 역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장르다. 슈터 게임과 비슷해서‘플랫폼슈터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슈터 게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다.‘록맨’, ‘뉴질랜드 스토리’, ‘메탈 슬러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폭력보다는 머리로 승부, 퍼즐 플랫포머(Puzzle platformer)

전투보다는 퍼즐 풀기를 우선시하는 ‘퍼즐 플랫포머’도 있다. 알을 깨트리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가져가야 하는 ‘두근두근 펭귄 랜드’의 경우, 주인공 펭귄이 점프 이외에 할 수 있는 행동은 얼음벽돌을 부수거나 돌을 미는 것뿐이다. 따라서 바닥을 부수고 벽돌을 떨어트려 적을 쓰러트릴 수 밖에 없다. ‘길잃은 바이킹’ 역시 점프, 공격, 방어를 담당하는 3명의 바이킹을 번갈아 사용하며 퍼즐을 푸는 게임이다.



적이 곧 무기, 버블보블(Bubble Bobble)

1987년 등장해 남녀노소에게 큰 인기를 얻은 ‘버블보블(일명 보글보글)’ 역시 플랫폼게임이다. 적을 거품 안에 가두고 터트려 다른 적까지 함께 쓰러트리는 방식의 이 게임은 수많은 아류작을 양산하며 대표적인 플랫폼게임으로 자리잡았다. 비슷한 게임으로 ‘스노우브라더스’, ‘텀블 팝’ 등이 있으며, 딱히 부를 이름이 없어 ‘버블보블 같은 게임’이라고 한다.



플랫폼게임의 역사


고정 화면의 시대

플랫폼게임의 기틀을 잡은 게임은 1981년 아케이드로 출시된 동키 콩이다.동키 콩 이전에 출시된 ‘프로그(Frogs)’에는 점프하는 개구리가 등장했지만 뛰어넘을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으며, ‘스페이스 패닉(Space Panic)’에는 플랫폼이 존재했지만 점프 대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따라서 점프와 플랫폼 모두를 갖춘 동키 콩이야말로 최초의 진짜 플랫폼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동키 콩이 인기를 끌면서 동키 콩의 캐릭터였던 마리오가 주목을 받았다. 이에 닌텐도는마리오 형제(마리오와루이지)를 주인공으로 한 ‘마리오브라더스’라는 새로운 2인용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버블보블도마리오브라더스의 영향을 받은 게임 중 하나다.

초창기 플랫폼게임의 특징은 사용자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한 화면 안에 제한됐다는 점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고정된 화면 내에 여러 가지 플랫폼, 장애물, 적이 배열되고, 임무를 완수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화면 전체가 바뀌는 방식이었다. 이는 당시 비디오 게임기 기술의 한계 때문이었다.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하다

시간이 지나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플랫폼게임의 화면은 점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1984년 출시된 ‘팩 랜드(Pac-Land)’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달려오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피하거나, 용수철을 밟고 도약하거나, 장애물을 밀어서 옮기거나,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면 강력해지는 등 현대 플랫폼게임의 필수 요소를 모두 갖췄다. 이후 등장한 ‘원더보이’나 ‘수퍼마리오브라더스’가 이 게임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5년 출시된 수퍼마리오브라더스는 플랫폼 게임의 정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게임은 전 세계에 걸쳐 4,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후 수퍼마리오는 다양한 후속작을 통해 꾸준히 모습을 보이며 닌텐도의 대표 캐릭터로 성장했다.

16비트 게임기가 작별을 고할 때까지, 플랫폼게임은 전성기를 누린다. 이 당시 등장한 인기 플랫폼게임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대표적으로 소닉더 헤지혹, 록맨, ‘지렁이 짐(Earthworm Jim)’, 동키 콩 컨트리 등을 꼽을 수 있다.



2D의 종말, 3D의 시대

3D가 대세가 되면서 플랫폼게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2D 환경에서는 앞뒤 방향만 신경써서 점프하면 됐는데, 3D 환경에서는 좌우 방향까지 고려해야 했다. 또한 사용자의 시야가 변하면서 장애물의 높이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어졌다.이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가 급상승해 사용자들의 원성을 얻기도 했다.‘수퍼마리오64’, ‘소닉어드벤처’ 등의 정통 플랫폼게임을 비롯해,‘잭 앤 덱스터(Jak and Daxter)’, ‘언챠티드(Uncharted)’, ‘라쳇 앤 클랭크(Ratchet & Clank)’, ‘슬라이쿠퍼(Sly Cooper)’ 등이 인기를 얻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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