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올 시즌 목표는 단연 통합 4연패다. 이제껏 V리그에서 통합 4연패를 달성한 팀은 없었다. 대한항공은 최초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물론 더욱 강한 동기를 얻기 위해 시야까지 넓히고 나섰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5월 아시아남자배구클럽선수권대회부터 시작해 9월 미국 대학배구 명문 UC어바인, 일본 도쿄 그레이트 베어스, 오사카 파나소닉 팬서스, 핀란드대표팀과 잇달아 합동훈련을 소화하며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난달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핀란드대표팀과 합동훈련이 순조롭게 진행돼 매우 뿌듯해했다. 2024파리올림픽 예선을 준비 중인 핀란드 선수들은 대한항공 선수들과 섞여 뛰면서 양국의 배구문화 교류에도 나섰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통합 4연패”며 “궁극적 목표가 더 있다. 우리는 지금 시야를 넓히는 중이다. 클럽챔피언십에 참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 팀과도 경기를 추진해 더 넓은 시야를 갖추려 하고 있다. 선수들이 직접 부딪쳐 ‘다른 나라 배구는 이렇구나’라고 느끼게 해 경쟁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 덕에 대한항공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 한선수, 김규민 등 6명을 보냈는데도 이 기간 해외 팀과 교류를 통해 기존 선수들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미 남자부 7개 구단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선수층을 구축하고 있지만, 전력이 한층 탄탄해질 수 있는 계기였다. 여느 때와 다른 비시즌을 보냈으니 새 시즌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에는 바람이 하나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이 나오면 좋겠다. ‘대한항공 역사상, 나아가 한국배구 역사상 이런 수준의 배구가, 이런 수준의 경기력이 있었던가’라고 할 만큼 높은 수준의 배구를 구사하고 싶다”고 바랐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사진제공 |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비시즌 동안 여러 국제대회가 열렸다. 대한항공에는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가 유독 많았다.
“나는 오히려 긍정적 측면을 더 보고자 했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배구를 계속 하고 있지 않았나. 대회 결과를 떠나, 국제대회에서 여러 강팀을 상대하면서 얻는 경험은 분명 클 것이다. 그 경험을 또 계속해서 쌓은 점 역시 고무적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물론 이번 비시즌만 보면 (호흡을 맞추기)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불평하고 싶지 않다.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가 많다는 것은 바꿔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다는 뜻 아니겠나. 지금이 감독 부임 1년차였다면 정말 힘들었을지 모른다. 나는 이제 3년차 감독이다.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시간이 있다. 대표팀에 다녀오는 선수들이 언제 복귀하든 대한항공이 어떤 배구를 해왔고, 어떤 배구를 추구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문제는 없다.”
-주력선수들 다수가 대표팀에 차출된 만큼, 기회가 덜 주어지던 선수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늘었겠다.
“선수층이 한층 두꺼워지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며 훈련했고, 또 그렇게 믿었다.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단순히 훈련만 진행한 것이 아니다. 핀란드대표팀, UC어바인 등 해외 팀과 교류전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본다.”
-훈련기간 주안점을 둔 요소는 무엇이었나.
“공인구가 바뀌었다. 서브 리시브를 더욱 효과적이고 편안히 해내는 것이 관건 같다. 우선 KOVO컵을 비롯해 연습경기를 거치면서 새 공인구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느꼈다. 우리는 빠른 배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속도를 잘 조절하고, 또 잘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퍼즐조각 중 하나일 뿐이다. 대표팀 선수들이 돌아오고 나서는 훨씬 더 좋은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사진제공 |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보완하고자 한 요소는 무엇이었나.
“블로킹과 수비에도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상대 리시브가 흔들릴 때에 따라 블로킹을 어떻게 올라가면 될지, 수비 배치를 어떻게 해야 좀더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5라운드에 주춤한 큰 요인 중 하나는 범실이었다.
“예컨대 ‘범실을 줄이자’고 하면 머릿속에는 ‘범실을 줄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각인된다. 범실을 줄이려고 했는데, 범실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니니 아이러니하게 또 다시 범실을 범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 대신 ‘네가 끌리는 대로, 네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네 모습대로 배구하라’고 계속 말해주고 있다. 단, 범실 과정에서 드러난 기술적 문제는 그 문제대로 기술적으로 개선해 보완해야 한다.”
-새 시즌 V리그 역사에 없던 대업을 목표로 한 만큼 각오도 남다르겠다.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이다. 내 한계를 확인하고 싶어 해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성향이다. 절대 안주하지 않는다. 한계를 깨고 또 깨서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겠다. 올 시즌에는 나도 내 자신에게 기대가 된다.”
신갈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