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정지영 감독 “삼례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가 감사 인사, 보람 느껴” [인터뷰]

사진제공｜CJ ENM

실화 영화 ‘소년들’로 뭉친 배우 설경구 & 감독 정지영

배우 설경구(56)와 정지영(76) 감독이 영화 ‘소년들’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각각 여러 편의 실화 소재 영화를 주연·연출하며 “실화가 주는 힘”을 강조해 온 두 사람이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 한 영화로 돌아왔다. 지방 작은 마을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 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세 소년을 재수사하는 형사(설경구)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와 정 감독은 “스스로 약자들의 편이라 믿고 말하면서 끝내 침묵하고 마는 우리를 위한 영화”라고 힘줘 말했다.


●정지영 “이제는 40대가 된 ‘소년’ 뭉클”

누명 썼던 피해자 가족 초청 시사회
감사 꽃다발 받아, 이런 보람은 처음
단순한 옛날 얘기 아닌 현재와 미래

정지영 감독이 먼저 영화화 하고 싶었던 사건은 2000년 15세 소년이 택시기사 살해 누명을 쓰고 10년 간 옥살이했던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을 다루며 “공권력과 소시민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다룬 정우·강하늘의 ‘재심’ 먼저 개봉했고, 마음을 접으려 하던 중 ‘나라슈퍼사건’을 알게 됐다.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오히려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 진범이 진실을 말해주었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이 무죄임이 드러났고 피해자들이 진범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사건이니까요.”

24일 전주에서 열린 특별 시사회에는 누명을 썼던 피해자 일부와 가족, 양심 고백을 한 진범 등 사건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정 감독은 말로 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이제는 40대가 된 ‘소년’이 감사하다며 꽃다발을 줬어요. 꽃다발엔 ‘영화 개봉 축하한다’가 아니라 ‘감사하다’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내가 영화를 하면서 이렇게 큰 보람을 느낀 적이나 싶더라고요.“

‘사회파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 감독은 지난 40년 간 국가 폭력을 고발하는 실화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주로 만들었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차기작도 준비 중이다.

“그냥 옛날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과거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싶은 거죠.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하고 싶어요.”

1980년대 함께 영화를 만들던 많은 동료들이 현장을 떠났지만 70세가 훌쩍 넘은 정 감독은 여전히 “현역”이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정 감독은 동료들과의 재회를 다시 한번 꿈꾼다. 특히 ‘남부군’, ‘하얀전쟁’, ‘부러진 화살’ 등을 함께 했던 안성기가 얼른 건강을 찾아 함께 새 작품을 하는 날도 바란다.

“안성기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혈액암 투병으로)어눌해진 발음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됐어요. 처음엔 저도 정말 충격을 받았죠. 대외활동도 늘리면서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계세요. 곧 (연기로)돌아오실 겁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