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엄상백. 스포츠동아DB
엄상백은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활용가치가 높은 투수다. 연투에도 문제가 없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그가 선발과 필승조의 가교 역할을 해줄 적임자로 낙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감독이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앞두고 부상에서 회복한 엄상백의 투구수를 최대 60구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선발의 뒤를 받치는 카드로서 탄탄한 마운드에 힘을 더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긴 모양새다. 엄상백의 구위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5-9로 패한 30일 수원 PO 1차전에서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4회 구원등판한 엄상백은 아웃카운트 1개만을 잡고 1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는데, 직구 최고구속은 140㎞에 그쳤다. 올해 정규시즌 직구 평균구속이 143.9㎞였음을 고려하면, 아직 투구감각이 확실히 올라오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감독도 31일 2차전에 앞서 “(엄)상백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 구속도 생각보다 안 나오더라”고 돌아보며 “상백이가 좋으면 선발투수 뒤에 나오는 카드로 생각했는데, 아직 이기고 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초 계획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KT의 강점인 선발투수의 힘을 믿어야 한다. 이 감독은 “어차피 우리는 5회까지는 선발야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어떻게든 (선발투수가) 최소실점으로 막으면서 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