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민 사장 “파괴적 개혁 단행” 예고…“공정성 되찾겠다”

입력 2023-11-14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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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

박민 신임 KBS 사장이 “공정성을 최우선 경영 원칙으로 둔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아트홀에서는 박민 KBS 사장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렸다. 행사에는 박 사장을 비롯해 이춘호 전력기획실장, 김동윤 편성본부장, 장한식 보도본부장, 임세형 제작1본부장, 조봉호 경영본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박 사장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에 KBS가 잘못한 부분을 사과하겠다”면서 “KBS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금 공영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정중히 사과한다”며 임원진들과 고개를 숙였다.

박 사장은 ‘KBS 뉴스9’의 검언유착 오보 사건, 오세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생태탕 의혹’ 보도, 김만배 녹취 보도, 고 장자연 관련 윤지오 인터뷰 등 2019년 이후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지난 몇 년간 공정성 비판이 지속됐으나 형식적인 사과나 조치만 있었을 뿐 과오가 되풀이됐다. 공영방송의 핵심 정체성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탈피하고, 불공정 보도로 논란이 될 경우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등 불공정 편파 방송 차단을 위해 강도 높은 대책도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경영 투명성과 정상화 등을 위해서는 임원진 임금 자진 삭감 등을 발표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7000억 원의 수신료를 받았지만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해 100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는 8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기존 경영 방식으로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는 비상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 정상화까지 저를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임원들은 임금 30%를 삭감하겠다. 또 명예퇴직을 통해 역삼각형의 비효율적 구조를 개선하고, 기대한 효율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KBS


더불어 “제작비 낭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능력 있고 검증된 연출자를 집중 지원해 무보직, 고위연봉 직원을 없앨 것”이라며 “예산 및 수익구조를 파악해 파괴적인 형식을 통해 효율적인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콘텐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제작 구조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 사장은 “앞서 능력 있는 연출자들이 성과를 거둬도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결국에는 역량 있는 제작자들이 회사를 빠져나가는가 하면 무책임한 제작도 이루어졌다”면서 “신규제작 프로세스를 자체 혁신해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KBS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무조건 KBS에서 방송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등과 기존의 유통과 플랫폼의 경계를 벗어던지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방송가에서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을 넘어선 통합 제작 방식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날 취임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 개편과 주요 뉴스 앵커 전면 교체 등을 단행해 방송가 안팎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달라진 뉴스를 보여주고 핵심 가치인 정확성과 객관성을 고양시키기 위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개편 영향으로 KBS 1TV 평일 ‘KBS 뉴스9’에는 박장범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가 진행자로 이름을 올렸고, 주말 ‘KBS 뉴스9’ 메인 앵커는 김현경 기자가 맡았다.

인사 방침에 대해서는 “능력과 성과, 사내 안팎의 평판 등을 반영해 직접 교체한 인사는 본부장 급들”이라며 인사 직접 개입을 부인하면서도 “본부장들이 직접 인사를 개편해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고,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BS


김의철 전 사장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9일까지 일하는 박민 사장은 2003년 정연주 전 사장 이후 20년 만에 발탁된 외부 출신 KBS 사장이다. 박 사장은 1992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비롯해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했다.

외부 인사로서 방송 전문성 부족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나왔지만, 박 사장은 “공정성, 객관성, 정확성 등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공영방송인으로서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들과 함께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토대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하고, KBS 출신이 아닌 인사가 사장이 된 지금의 사례가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들은 행사 직전 기자회견장 앞에서 규탄 손피켓을 든 채로 “일방적 앵커 교체를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치며 전날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대대적 개편을 항의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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