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감독과 주장이 말하는 선두 수성의 조건 [V리그]

입력 2023-02-23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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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배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누가 흐름에 잘 올라타느냐가 관건이다. 흐름은 시시각각 바뀐다. 매 세트마다 상황이 달라진다. 흘러가는 판세를 잘 읽는 쪽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또 끊긴 흐름을 빨리 찾아오는 것도 중요하다.

흐름에 관한 한 대한항공을 빼놓을 수 없다. 선수 개인 기량은 물론이고 끈끈한 조직력으로 최근 몇 년 간 V리그를 주도했다. 지난 시즌엔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도 그 흐름을 이어갔다. 초반 5연승과 9연승을 하는 동안 막을 자가 없었다. 2020~2021시즌 이후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KB손해보험전에서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흐름이 끊겼다. 그 후 4연패에 몰렸다. 특히 2위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패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았다. 아무리 대한항공이라도 한번 깨진 리듬을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사진제공 | KOVO



22일 열린 OK금융그룹과 5라운드 경기는 절박했다. 대한항공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세터 한선수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 링컨, 측면 공격수 곽승석과 정지석 등 베스트 멤버가 모처럼 총출동했다. 1세트부터 밀어붙인 끝에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공격과 블로킹, 서브, 리시브 등 모든 면에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대한항공은 승점 62(21승9패)를 마크하며 현대캐피탈(승점 61·20승10패)을 밀어내고 하루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팀당 6경기씩을 남겨 둔 가운데 정규리그 1위를 향한 승부가 불붙었다. 1위를 해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OK금융그룹의 강 서브를 잘 버텨준 선수들을 칭찬했다. 또 5라운드의 위기도 ‘미리 맞은 매’로 여겼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위기를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어려운 것이 더 낫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최근 부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대한항공 한선수. 스포츠동아DB


1위 싸움도 지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감독이 자신이 없으면 체육관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남은 모든 경기가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다. 선두 싸움이 어렵겠지만 우리의 경기력만 잘 유지한다면 정규리그 1위는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주장 한선수도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그는 “(4연패 동안) 우리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었다. 이기는 게 중요했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었다”며 OK금융그룹전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캐피탈과 1위 경쟁에 대해선 “매 경기 힘들 것이다. 한 점 싸움에서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중요하다. 끝까지 느슨해져선 안 된다”며 집중력에 방점을 찍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내달 5일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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