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AI 시대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웰메이드 SF의 힘[리뷰]

입력 2023-10-03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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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한 복판에 떨어진 핵폭탄, 그로 인해 발발한 AI와 인간 사이의 전쟁과 살육. 차갑고 어두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려낸 SF임에도 이상하리만큼 서정적이다. 더 나아가 진한 가슴의 울림과 감동까지 담아낸다.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크리에이터’가 이룬 놀라운 성과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로 완성도 높은 SF블록버스터를 선보인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는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미국 LA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뜨린 후의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류와 AI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아이의 모습을 한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강렬한 비주얼과 그 보다 더 강력한 이야기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

영화의 핵심은 인류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가진 인간 조슈아가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AI 알피를 만나 겪게 되는 딜레마다. 단순히 알피가 순수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했기 때문에 느끼는 딜레마가 아니다. 영화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인류 안전’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고 감정까지 느끼는 AI를 무차별적으로 살육하지만 대부분의 AI들은 인간의 박해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가거나 평화와 공존을 위해 고민한다. 그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조슈아와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특히 최근 급격하게 발전한 인공 지능 기술로 인해 인간과 AI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곧 경험하게 될 현실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더욱 깊숙이 다가온다.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달한 AI와 인간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다각도로 고민해 볼 기회다.



○뛰어난 연기의 합

크리스토퍼 놀란의 2020년 영화 ‘테넷’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린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조슈아 역을 맡아 인생 연기를 펼친다. 딜레마에 빠진 캐릭터가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영화의 몰입을 높인다. 그리고 그와 호흡을 맞추는 알피 역의 8살 아역 매들린 유나 보일스는 첫 연기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와 일체화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말미 그가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짙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보는 이의 눈시울까지 뜨겁게 만든다.

‘이터널스’에서 세르시 역을 맡았던 젬마 찬은 실종된 조슈아의 아내 마야 역을 맡았다. 전투 도중 실종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살라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과 알피와의 알 수 없는 관계 등으로 영화의 미스터리를 극대화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AI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로봇 하룬 역의 켄 와타나베는 ‘인셉션’, ‘배트맨 비긴즈’, ‘라스트 사무라이’ 등 여러 작품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발휘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창적 비주얼


깊이 있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SF영화만이 줄 수 있는 볼거리도 가득하다. 눈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깊은 산 속에 자리한 미래적인 돔 모양의 연구소, 뒷통수 부분이 원형으로 뚫려 있는 독특한 AI들의 비주얼, 인간들이 사용하는 각종 첨단 기기와 로봇 폭탄 등 독창적인 비주얼 디자인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반면 AI와 인간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뉴아시아는 현재 여러 아시아 문명을 차용해 오히려 고전적으로 디자인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는 태국, 베트남, 네팔, 일본, 인도네시아, 영국, 미국 등 세계 각지의 80곳이 넘는 장소에서 무려 1만60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며 촬영을 이어간 제작진의 노력 덕분이다. 특히 뉴아시아에서 승려복을 입고 진심을 다해 기도하고 수련하던 AI로봇들의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기묘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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