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별미 ‘이 맛에 산다’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3-10-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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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골목 여행 5선 굳이 ‘천고마비’란 예스런 표현을 애써 들먹이지 않더라도 역시 가을여행 재미는 식도락이다. 절기상 다양한 식재료들이 풍성한데다, 야외활동하기도 좋다. 이곳저곳 바쁘게 구경하느라 허기진 배를 지역 별미로 흐뭇하게 채우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맛있는 골목 여행’이란 테마로 전국의 맛골목 다섯 곳을 선정해 추천했다. 저마다의 사연과 역사를 담고 있는, 그래서 맛과 함께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그런 곳들이다.

한정식 수준의 푸짐함이 돋보이는 병영돼지불고기 한상 차림. 양념한 불고기를 연탄불에 구워 불향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강진 병영돼지불고기거리

강진의 병영돼지불고기거리(전남 강진군 병영면 남삼인길)는 이 고장을 대표하는 맛 골목이다. 전라병영성과 병영5일시장 일원에 식당이 여럿 있다.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향을 입힌다. 재료나 양념이 조금씩 달라도 매콤한 맛과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차림은 같다. 이곳 사의재(다산 정양용이 강진에 유배돼 처음 묵은 곳)에서는 재현극 ‘조만간(조선을 만나는 시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갈대가 절정인 강진만생태공원도 가을이라면 꼭 들러볼 만하다.

초량육미거리의 여섯가지 별미중 하나인 어묵. 베이커리에서 빵을 고르듯 70여 종의 수제 어묵을 골라 카페에서 먹으면 된다. 이것 외에 돼지갈비와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곰장어 등이 이곳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부산 초량육미거리

부산 초량육미거리(부산 동구 중앙대로)는 부산역 광장에서 8차선 대로를 건너면 만날 수 있다. 육미(六味)는 돼지갈비와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어묵, 곰장어 등 여섯 가지 맛을 뜻한다. 한국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음식문화가 발전했다. 초량전통시장과 접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은 오래된 가게가 모인 곳이다. 많은 집들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 인근 초량이바구길에는 부산 최초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인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 168계단, 명란브랜드연구소, 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 등의 명소가 있다.


●천안 병천순대거리

천안 병천순대거리(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순대길 일대)에는 현재 20여 곳의 순대국밥 전문점이 있다. 병천순대는 돼지 작은창자를 이용해 누린내가 적다. 소금이나 밀가루로 깨끗이 씻은 작은창자에 양파, 대파, 양배추 등 각종 채소와 찹쌀, 선지, 당면을 넣는다. 우리가 아는 일부 순대는 속에 당면만 있는데 병천순대는 당면이 아예 없거나 적어 담백하다. 국물을 내는 방법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생강과 대파를 넣고 사골 국물을 우리는가 하면, 각종 한약재를 섞어서 특별한 향과 맛을 내기도 한다. 병천순대거리에서 1km 남짓 거리에는 천안 유관순 열사 유적(사적)이 있다.

하동 재첩특화마을에서 만나는 재첩 요리의 모든 것, 모듬정식.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무침, 재첩회덮밥, 재첩부침개, 재첩해물칼국수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동군은 섬진강 특산물 재첩을 이용한 요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하동재첩특화마을

하동재첩특화마을(경남 하동군 하동읍 섬진강대로)에 들어서면 거리 곳곳에 ‘재첩’ 두 글자가 눈에 띈다.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에서 자라는 민물조개다. 국내에 서식하는 재첩 중에는 섬진강 재첩이 출하량도 많고 맛있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하동군은 섬진강 특산물 재첩을 이용한 요리를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에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무침, 재첩회덮밥, 재첩부침개, 재첩해물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전문 음식점이 있다.

수령 270년이 넘는 노송이 숲을 이룬 송림(천연기념물)에 자리한 하동송림공원,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지인 평사리에 개관한 박경리문학관,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 등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인천 북성동자장면거리의 전경. 붉은 등과 가게 장식 등으로 인해 이국적인 분위기가 짙은 거리에는 중식음식점 외에 공갈빵, 월병, 탕후루, 양꼬치 등 중국식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들도 많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인천 북성동원조자장면거리

인천 북성동원조자장면거리와 짜장면박물관(인천 중구 북성동2·3가 일원, 중구 차이나타운로)은 이름 그대로 중식 먹자골목이다. 거리에는 중식음식점 외에 공갈빵, 월병, 탕후루, 양꼬치 등 중국식 주전부리를 파는 집이 많다. 짜장면박물관은 인천 선린동 공화춘(국가등록문화재) 건물에 있다. 공화춘은 춘장(중국식 된장)을 볶아 국수에 얹은 짜장면을 처음 만들었고 이 짜장면이 인천 부두 중국인 노동자들의 배고픔을 달래줬다고 한다. 그 후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어 우리 입맛에 맞게 바뀐 짜장면은 이제는 거의 한국인의 ‘소울푸드’ 반열에 들어섰다.

인근의 송월동동화마을은 노후한 마을을 세계 명작 동화 테마로 꾸몄다. 골목에 들어서면 엄지 공주와 피터 팬 등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을 만난다. 인천개항박물관은 개항부터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까지 유물 300여 종을 전시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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